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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탁사업장 용역업체 변경 시 근로자의 고용승계기대권 분쟁(중앙노동위원회 결정 취소 사례)

박시완 변호사 2026. 9. 11. 18:45

 

1. 들어가며

 

본 글에서는 필자의 사무실에서 소송을 수행한 판결 확정 사례를 통해, 위탁(도급) 사업장에서 '용역업체' 변경 시 해당 사업장에서 근무하던 기존 근로자의 고용승계와 관련한 법률쟁점에 대하여 살펴보고자 합니다. 

 

특히 정부가 2021. 5.경 마련한 '민간위탁 노동자 근로조건 보호 가이드라인’에 따라 정부 또는 공공기관이 민간에게 위탁한 사업의 용역업체 변경 시 고용승계가 권고되고 있는 상황에서, 본 글에서 소개해 드릴 판례 사안은 중요한 참고 사례가 될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본건 사안에서 지방노동위원회의 초심과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은 "이 사건 고용승계 거절은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판정하였습니다. 그러나 행정소송의 1심과 항소심에서는 "새로운 용역업체의 이 사건 근로자들에 대한 고용승계 거절은 적법하다"는 전혀 다른 판단을 하였습니다. 

 

즉 법원은 '고용승계 기대권 부존재' 내지 '고용승계 거절의 합리적 이유의 존재'를 인정하여,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부당해고 인정)을 취소했습니다. 현재 해당 판결은 확정된 상태입니다. 필자의 사무실에서는 용역업체를 대리하여 행정소송 1심과 항소심을 수행하였습니다. 

 


 

2. 관련 대법원 판례 법리

대법원 2021. 4. 29. 선고 2016두57045 판결 등 판례를 통해 확립된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가. 고용승계 기대권 

도급업체가 사업장 내 업무의 일부를 기간을 정하여 다른 업체(이하 ‘용역업체’)에 위탁하고, 용역업체가 위탁받은 용역업무의 수행을 위해 해당 용역계약의 종료 시점까지 기간제근로자를 사용하여 왔는데, 해당 용역업체의 계약기간이 만료되고 새로운 용역업체가 업무를 위탁받아 도급업체와 사이에 용역계약을 체결한 경우, 새로운 용역업체가 종전 용역업체 소속 근로자에 대한 고용을 승계하여 새로운 근로관계가 성립될 것이라는 신뢰관계가 형성되었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근로자에게는 그에 따라 새로운 용역업체로 고용이 승계되리라는 기대권이 인정된다.

나. 고용승계 기대권 인정에 관한 판단기준

1) 새로운 용역업체가 종전 용역업체 소속 근로자에 대한 고용을 승계하기로 하는 조항을 포함하고 있는지 여부를 포함한 구체적인 계약내용, 2) 해당 용역계약의 체결 동기와 경위, 3) 도급업체 사업장에서의 용역업체 변경에 따른 고용승계 관련 기존 관행, 4) 위탁의 대상으로서 근로자가 수행하는 업무의 내용, 5) 새로운 용역업체와 근로자들의 인식 등 근로관계 및 해당 용역계약을 둘러싼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

다. 고용승계 기대권 위반은 '부당해고'와 동일

이와 같이 근로자에게 고용승계에 대한 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 근로자가 고용승계를 원하였는데도 새로운 용역업체가 합리적 이유 없이 고용승계를 거절하는 것은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근로자에게 효력이 없다.

 



3. 본건 사안의 개요 


가. 사실관계

A지역 공공기관들이 모여 구성한 공동직장어린이집 운영협의회는 기존 어린이집 운영업체와의 계약종료를 앞두고 조달청이 운영하는 나라장터에 이 사건 어린이집 위탁에 관한 입찰공고를 하였습니다. 입찰 공고 당시 게시한 제안요청서의 ‘위탁운영 조건’의 ‘고용승계’ 항목에는 “위탁운영 업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현재 운영 중인 어린이집 교직원에 대해 고용승계 혹은 고용승계 노력을 해야 함”이라고 기재되어 있습니다.

K재단이 입찰공고에 응모하면서 2023. 1. 20. 운영협의회의 대표기관인 한국고용정보원장에게 제출한 제안서에는 ‘변경위탁에 따른 교직원 고용승계’와 관련하여 “변경위탁시에는 전사업주 변경에 따라 자동퇴사처리되며, 재입사 과정이 진행됩니다. 고용승계는 교직원 본인의 선택과 모아맘의 채용기준에 따라 선별 입사 또는 전배치하며 안정적인 보육환경을 조성합니다”라고 기재되어 있습니다. 한편, 위 제안서에 첨부된 ‘소속직원 근로조건 보호 서약서’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고용승계하겠습니다”라고 기재되어 있습니다.

K재단은 2023. 2. 1. 이 사건 어린이집의 위탁운영자로 선정되었는데, 운영협의회와 K재단이 체결한 위탁운영 약정서에는 이 사건 어린이집 근로자들의 고용승계에 관하여 별도로 명시되어 있지 않습니다. 

K재단은 2023. 2. 14. 이 사건 어린이집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K재단이 위탁운영자로 선정된 사실과 이 사건 어린이집 교직원 채용 면접 절차를 진행 할 예정임을 공지하였고, 2023. 2. 22. 필기시험(20점)과 면접시험(80점) 등 세부 채용 절차에 대하여 공지하였는데, 해당 공지의 하단에는 “채용 면접에서 최종 합격 후 K재단의 신규 교직원으로 임명됩니다”라고 기재되어 있습니다. 

K재단은 2023. 2. 22. 및 2023. 2 23. 필기시험을 거쳐 면접 대상자 33명 중 응시자 31명에 대해 평가한 후 2023. 2. 24. 23명 합격 및 8명 불합격 사실을 각 응시자에게 통보하였는데, 불합격자는 평가점수 70점 미만에 해당하는 A, B, C를 포함하여 총 8명이었습니다. K재단이 위 평가 결과에 따라 이들에 대한 고용승계를 거절하였고 이에 따라 근로관계가 종결되었습니다(이하 ‘이 사건 고용승계 거절’).

나. 쟁점

본 사안의 핵심 쟁점은 다음 3가지였습니다. 

1) 어린이집 교직원들이 새로운 위탁운영자에 대해 고용승계 기대권을 가지는지
2) '민간위탁 노동자 근로조건 보호 가이드라인'이 법적 강제력을 가지는지
3) 원아수 감소, 채용시험 불합격, 부적절한 업무수행 등이 고용승계 거절의 합리적 이유가 되는지

 



4. 법원의 판단 (서울행정법원 2024구합53963, 서울고등법원 2025누3417)

법원은 1) 고용승계 기대권 부존재 내지 i2) 고용승계 거절의 합리적 이유의 존재를 인정하여,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부당해고 인정)을 취소했습니다.

가. 정부 가이드라인의 권고적 성격

법원은 정부의 '민간위탁 노동자 근로조건 보호 가이드라인'에서 명시한 고용승계 및 유지 노력 의무가 법적 강제력 없이 '권고적 성격'을 가지는 것에 불과하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이러한 행정적 권고가 구속력을 가지려면 관련 법령상 근거가 존재하거나 적어도 위수탁계약 내용에 고용승계 조항이 포함되어야 하는데, 본 사건에서는 그러한 근거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나. 정부 지원 직장어린이집 운영의 특수성(예산상의 문제)

이 사건 어린이집은 정부 지원 직장어린이집으로서, 그 운영 예산이 상당 부분 운영협의회가 정하는 '예산 편성 및 운영 지침'에 따라 결정되는 구조입니다. 특히 법원은 원아 수 감소에 따라 어린이집 운영 예산이 감축되는 경우 영유아보육법령이 정한 법정 교사 대 아동비율에 비례하여 근로 교직원 수를 조정해온 관행이 있었다는 점을 중요하게 고려하였습니다.

다. 제안서상의 고용승계 관련 내용과 신규 채용 절차의 명확한 안내

특히 항소심 판결은 계약서와 동등한 효력을 가지는 이 사건 제안서에는 “변경위탁시에는 전사업주 변경에 따라 자동퇴사처리되며, 재입사 과정이 진행됩니다. 고용승계는 교직원 본인의 선택과 모아맘의 채용기준에 따라 선별 입사 또는 전배치하며 안정적인 보육환경을 조성합니다”라고 기재되어 있음이 확인된다는 점을 강조하였습니다. 실제로도 새로운 용역업체인 K재단은 용역업체 변경 과정에서 기존 근로자들에게 'K재단이 직접 실시하는 채용평가에 통과한 사람에 한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할 것'임을 여러 차례 안내하였고, "채용 면접에서 최종 합격 후 K재단의 신규 교직원으로 임명됩니다"라고 명시적으로 공지하였습니다. 

라. 고용승계 관련 기존 관행의 부재

이 사건 사업장인 어린이집의 위탁 운영업체는 처음으로 변경된 것이었습니다. 법원은 해당 사실을 거론하며 “용역업체 변경 시 고용승계 관련 기존 관행도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도 지적하였습니다. 

마. 고용승계 거절 대상 근로자들의 문제점 

또한 법원은 운영업체 변경 전 대상 교직원들의 부적절한 보육 태도로 인해 학부모들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였고, 실제 일부 아동이 퇴소하기도 한 사정을 고려할 때, 그들에 대한 고용승계를 거절하고 업무의 상시·지속성을 위해 신규 인력을 충원한 데에는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5. 판결의 의의 및 시사점 

본건 사안에서 법원은 정부의 '민간위탁 노동자 근로조건 보호 가이드라인'이 단지 권고적 성격에 불과하며, 법적인 강제력을 가지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하였습니다. 이는 향후 유사한 분쟁에서 위 가이드라인만으로는 고용승계 의무를 강제할 수 없음을 의미합니다.

또한 본건 사안은 '고용승계 기대권' 성립과 관련하여 단순히 정부 가이드라인이나 입찰공고문, 서약서의 추상적 기재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위탁자와 용역업체(수탁사업자) 사이의 구체적인 계약 조항, 기존 관행, 당사자들의 명확한 인식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되어야 함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고용승계 거절의 합리적 사유를 상당히 폭넓게 인정한 점도 주목할 만합니다. 예산 삭감에 따른 인력 감축 필요성, 객관적인 채용시험 결과, 그리고 특히 부적절한 업무수행 이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합리적 사유를 인정하였습니다.


본 글에는 필자의 견해가 포함되어 있으며, 유관기관이나 법원의 판단을 보장하지 않습니다. 개별 사안의 구체적 사실관계에 따라 법리의 적용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작성자: 박시완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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