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쟁ㅣ소송

사채권자의 조기상환청구권 행사에 기한 소송과 사채권자집회의 효력

박시완 변호사 2026. 9. 9. 19:02

 

1. 들어가며(사안의 소개)

 

K는 A사가 발행한 신주인권부사채(BW, 이하 '본건 사채') 중 360,000,000원의 사채를 보유하고 있는 자로, 본건 사채의 조기상환청구권을 행사하여 A사에 사채원금에 대한 조기상환을 청구하였으나 A사가 응하지 않자 A사를 피고로 하여 그 상환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습니다. 그런데 소송 계속 중 본건 사채에 대한 사채권자집회가 개최되었고, '본건 사채의 조기상환청구권(이미 행사하였으나 아직 이행되지 않은 경우 포함)을 삭제'하는 내용을 포함한 의안들 전부에 대한 결의가 이뤄졌고, 그 후 해당 결의에 대한 법원의 인가결정이 확정되었습니다. 

 

소송에서 원고 K는 "원고가 이 사건 사채권자집회 결의 이전에 이 사건 소송을 제기하였으므로, 이 사건 사채권자집회 결의의 효력은 원고에게 미칠 수 없다"고 주장하였습니다.

 

K의 이러한 주장은 법적으로 타당할까?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K 주장은 법적으로 타당치 않습니다. 실제 K가 제기한 소송에서 인천지방법원은 "원고 보유 사채의 조기상환청구권은 본건 사채에 대한 사채권자집회 결의에 대한 법원의 인가결정이 확정됨에 따라 소멸되었다"는 이유로  K의 청구를 전부 기각하였습니다. 

 

K의 위와 같은 주장은 필자가 본 블로그에 게시한「사채권자집회 결의를 통한 회사채의 만기 연장 및 조기상환청구권 삭제」라는 제목의 글에서 다뤘던 쟁점, 즉 예탁결제원 담당자가 의문을 제기하였던 "사채권자집회 결의를 통해 '아직 행사하지 않은 조기상환청구권'뿐 아니라 '이미 행사하였으나 아직 이행(변제)되지 않은 조기상환청구권'도 삭제(소멸)시킬 수 있나?"라는 쟁점과도 닿아 있습니다. 

 

본건 분쟁은 필자가 자문한 A사의 사채권자집회와 관련하여 실제 발생하였던 사안으로, 필자는 소송에서 피고였던 A사를 대리하기도 하였습니다. 이하 서술한 내용은 당시 소송에서 제출한 준비서면 내용을 블로그 형식에 맞게 수정·편집한 것입니다.  

 

 

2. 사채권자집회 제도의 취지와 사채권자집회 결의의 효력 

 

상법이 사채권자집회를 통하여 사채권자의 이해관계가 있는 사항 등에 관하여 결의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원칙적으로 사채 자체가 장기적으로 거액의 자금을 다수로 분할하여 채권발행의 방법을 통해 공중으로부터 집단적으로 차입하는 것이어서 사채총액의 분할된 부분으로서의 의미를 가지는 점, 사채금액을 제외하면 그 외 모든 발행조건이나 권리내용이 동일한 사채에 체화되어 있는 동일한 권리를 가진 사채권자들은 서로 평등해야 한다는 점, 사채계약의 변경을 위해서 수많은 사채권자 전원의 동의를 얻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는 점, 그리고 사채를 발행한 회사의 경영사정 등을 고려하여 필요한 경우 사채계약의 내용을 변경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회사와 사채권자 모두에게 더 큰 이익이 될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한 것입니다(헌법재판소 2024. 5. 30.자 2020헌바276 전원합의체 결정 참조).

그리고 그 결의의 효력을 모든 사채권자에게 미치도록 함으로써 위 취지에 따라 동일한 사채에 체화되어 있는 동일한 권리를 가진 다수의 사채권자들이 이해관계가 있는 사항에 관하여 현실적이고 효율적으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법률관계의 안정을 추구하고, 궁극적으로는 전체 사채권자, 발행회사 및 발행회사와 관계된 이해관계인들의 이익을 도모하기 위한 것입니다. 

사채권자집회 결의의 효력은 그 결의가 적법하게 성립하고 법원의 인가 결정이 확정되면 그 종류의 사채를 가진 모든 사채권자들에게 동일하게 효력을 발생하는 것이지(상법 제499조), ⅰ) 사채권자가 사채에 관한 권리를 이미 행사하였는지 여부나 ⅱ) 그 행사방법이 소의 형식이었는지 여부 ⅲ) 사채권자에게 과실이 있는지 여부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아닙니다. 즉 원고의 주장은 법적 근거 없는 자의적인 주장에 불과합니다. 

 

 

3. 사채권자집회 결의사항

 

상법은 사채권자집회에서 결의할 수 있는 사항으로 사채원리금의 지급 유예와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책임의 면제(제484조 제4항 제1호), 발행회사의 불공정한 변제 등의 취소를 위한 소제기(제512조) 등을 개별적으로 명시하고, 그 외에도 “사채권자의 이해관계가 있는 사항”을 결의 사항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사채권자의 ‘조기상환청구권’은 사채를 만기 전에 조기상환 청구할 수 있는 권리로, 그 삭제(소멸)의 실질은 ‘사채원리금 채권의 면제’가 아니라 ‘사채원리금 지급의 일괄적인 (만기까지의) 유예’에 불과합니다. 또한 이미 행사한 조기상환청구권의 효과를 소멸케 하는 것은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책임의 면제”로서의 성격을 가집니다.

 

따라서 이 사건 사채권자집회를 통해 이뤄진 결의 내용은 상법상 사채권자집회를 통해 얼마든지 결의할 수 있는 사항이고, 또한 바로 그렇기 때문에 법원에서도 이를 인가한 것입니다. 그리고 그 인가 결정은 현재 법적으로 확정된 상태입니다. 

 

 

4. 이 사건 사채권자집회 결의의 필요성 등  

 

이 사건 사채권자집회 결의 당시 피고의 재무상황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기존의 사채 조건(조기상환청구권, 만기)을 그대로 유지할 경우 대규모 채무불이행의 발생할 수밖에 없었고 이는 피고의 도산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었습니다. 이에 다수의 사채권자들은 피고를 도산 위험에 빠뜨리기보다는, 이 사건 사채 전부에 대하여 조기상환청구권을 삭제하고 만기를 연장함으로써, 일단 피고의 유동성 문제를 완화하고 피고로 하여금 자체적으로 재무구조 및 지배구조를 개선할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 피고는 물론이고 궁극적으로는 사채권자들에게도 이익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그리고 이 사건 사채권자집회에서 결의된 의안들 중에는 사채의 표면이율과 만기보장수익율 상향, 담보 제공 등 사채권자들의 이익을 고려한 의안도 포함되어 있었고, 사채권자들의 판단에는 이 역시 고려되었습니다. 이와 같은 다수의 사채권자들의 판단에 따라 상법이 정한 단체법적 행위로서 이뤄진 것이 바로 이 사건 사채권자집회 결의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지 '원고가 이 사건 사채권자집회 결의 전에 조기상환청구권을 소로써 행사하여 1심이 진행중이었다'는 이유로 원고에게는 그 결의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고 한다면, 이는 단체법적 제도인 사채권자집회의 존재 의의를 몰각시키고, 결의에 찬성한 다수 사채권자들의 의사 및 결의를 통해 달성하고 했던 목적을 훼손함은 물론이고, 사채권자들 간의 형평에도 반하는 결과를 초래하는바, 결코 인정되어서는 아니 될 것입니다. 

 

 


본 글에는 필자의 견해가 포함되어 있으며, 유관기관이나 법원의 판단을 보장하지 않습니다. 개별 사안의 구체적 사실관계에 따라 법리의 적용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작성자: 박시완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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