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법무

사채권자집회 소집공고 후 의안 내용을 변경한 결의의 적법성

박시완 변호사 2026. 8. 7. 20:25

1. 들어가며

 

사채(社債)란 회사가 투자자로부터 장기의 자금을 집단적으로 조달하기 위해서 단위화된 증권을 발행하는 형식으로 부담하는 채무를 말합니다. 상법은 사채권자의 보호를 위하여 제490조부터 제512조에서 사채권자집회 제도에 대하여 규정하고 있습니다. '사채권자집회'는 사채권자의 이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항에 관하여 사채권자들의 집단적인 의사를 결정하기 위한 임시적 회의체기구입니다. 사채권자 입장에서는 이를 통해 집단적 이익을 위한 조치를 취할 수 있고, 발행회사 입장에서는 개별 사채권자와 일일이 협상해야 하는 불편과 수고를 덜 수 있습니다. 

 

사채권자집회는 과거에는 거의 이용되지 않는 제도였으나, 2013년경 이후 재무적 곤란에 처한 발행회사의 회사채 채무조정 국면에서 그 활용이 늘어나기 시작하였습니다. 회사채 발행에 의한 타인자본 조달이 주식회사의 자금조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늘어나면서, 회사채의 만기연장·조건변경 등을 단체법적으로 처리하기 위한 제도로서 사채권자집회의 활용이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따라 저희 사무실에서도 최근 몇 년 사이에 3건의 사채권자집회에 대한 자문을 수행한 바 있습니다. 

 

본 포스트에서는 과거 실제 자문 사안을 기초로 하여, 사채권자집집회 소집공고 후 의안 내용을 변경한 결의의 적법성에 대하여 살펴보고자 합니다. 이하 내용은 과거 자문 과정에서 제공한 의견을 블로그 형식에 맞게 편집한 것이며, 사실관계는 실제와 차이가 있습니다. 

 

2. 사실관계 및 쟁점

 

A사는 2025. 9. 5. 제9회 무보증 신주인수권부사채(이하 ‘본건 사채’라 함)의 사채권자집회(이하 ‘본건 사채권자집회’라 함) 소집공고를 하였고, 본건 사채권자집회는 2025. 10. 1. 개최 예정입니다. 

 

해당 소집공고상의 본건 사채권자집회 의안은 ① 사채 일부 상환 ② 조기상환 기간의 변경 ③ 기한이익상실 사유 일부 삭제 ④ 중도상환 조건 등 신설입니다. 이 중 ‘사채 일부 상환’ 의안의 경우, 소집공고에 의하면 “사채금액의 15% 상환”이 그 내용입니다.

 

그런데 위 소집공고 후 A사는 일부 사채권자들의 요청에 따라 사채 일부 상환율을 15%에서 18%로 상향하고 해당 내용을 본건 사채권자집회에서 결의할 계획을 세우게 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A사는 본건 사채권자집회에서 위와 같이 변경된 상환율로 결의가 가능한지, 상환율 변경에도 불구하고 2025. 9. 5.자 소집공고가 2025. 10. 1.자 본건 사채권자집회를 위한 소집공고로서 적법한지 등에 대한 검토를 요청하였습니다.  

 

3. 검토 의견

 

본건 사채는 ‘무기명식 채권’에 해당합니다. 따라서 사채권자집회를 개최하기 위해서는 상법 제491조의2 제2항에 따라 개최일의 3주(자본금 총액이 10억원 미만인 회사는 2주) 전에 사채권자집회를 소집하는 뜻과 회의의 목적사항(이하 ‘의안’이라 함)을 공고하여야 합니다. A사의 2025. 9. 5.자 소집공고는 본건 사채권자집회 개최일인 2025. 10. 1. 로부터 3주 전에 이뤄졌고, 소집의 뜻과 의안을 공고하였으므로 위 요건을 충족하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한편, 상법은 사채권자집회에 대하여 주주총회에 관한 조항들을 다수 준용하고 있고 사채권자집회 역시 의결을 통해서 의사를 결정하는 기관, 즉 회의체(會議體)로서의 성격은 동일한 바, 상법에서 특별히 따로 규정하고 있거나 사채권자집회의 취지나 성격에 반하지 않는 이상 주주총회와 관련한 법리는 사채권자집회에도 (유추)적용될 수 있다고 할 것입니다. 

주주총회에서는 미리 통지·공고된 의안에 한해서 결의할 수 있고 통지·공고된 의안 이외의 사항에 대해서는 결의할 수 없습니다. 예컨대 정관변경을 위해 소집된 주주총회에서 자본금감소의 결의를 한다면 위법한 결의로서 취소사유가 됩니다. 그러나 통지·공고된 의안을 ‘수정’하여 결의하는 것은 그 동일성을 해하지 않는 한 허용된다는 것이 통설이고 실무입니다. 예컨대 의안이 ‘무상증자의 건’인데, 그 구체적인 금액(비율)을 통지·공고 시 기재하였다고 하더라도 총회에서 해당 금액을 증액하거나 감액하여 결의하더라도, 이는 ‘무상증자’라는 안건의 동일성을 유지하면서 단지 그 구체적 내용을 수정하여 결의하는 것이므로 적법한 결의로 허용됩니다. 이러한 수정결의가 허용됨은 사채권자집회도 마찬가지라고 판단됩니다. 

따라서 설사 A사의 2025. 9. 5.자 소집공고에서 세부 의안인 ‘사채 일부 상환’과 관련하여 상환율을 15%로 기재하였다고 하더라도, 본건 사채권자집회에서 상환율을 15%에서 18%로 변경하여 결의하는 것은, 공고된 의안의 동일성을 유지하는 범위 내의 수정결의로서 허용된다고 할 것입니다. 또한 이러한 수정결의가 가능한 이상 A사에서 상환율 변경을 위하여 다시 소집공고를 하거나 사채권자집회 개최일을 변경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됩니다. 즉 본건 사채권자집회에서 위와 같이 수정 결의를 하더라도, 2025. 9. 5.자 소집공고는 본건 사채권자집회에 대한 적법한 소집공고로서 요건을 여전히 충족한다고 할 것입니다. 

다만, 위와 같은 결의는 어디까지나 소집공고된 원안을 수정하여 결의하는 것이므로, 본건 사채권자집회에서 A사나 특정 사채권자가 결의 전에 정식으로 ‘수정동의 ’를 제출하고 그 수정된 내용을 표결에 부쳐서 결의하는 절차를 취하여야 할 것입니다. 물론 의사록에도 이를 명시하여야 합니다. 

더불어 상법 제495조 제4항의 ‘서면에 의한 의결권 행사’와 관련하여 주의할 사항이 있습니다. 의안 내용을 총회 당일 일부 수정하여 표결하는 수정동의가 제출된 경우 당초 소집통지에 따라 사채권자가 서면투표용지에 한 찬반의 의사표시는 ① 원안에 대한 찬성은 수정동의에 대하여 ‘반대’한 것으로 계산하며, ② 원안에 대한 반대의 표시는 수정안에 대하여 ‘기권’으로 처리해야 합니다. 따라서 만약 최초 공고된 의안인 상환율 15%에 찬성한 ‘서면에 의한 의결권 행사’가 있더라도 이는 수정된 상환율 18%에 찬성한 것으로 표결처리하여서는 아니 됩니다. 

 


 

본 글에는 필자의 견해가 포함되어 있으며, 유관기관이나 법원의 판단을 보장하지 않습니다. 개별 사안의 구체적 사실관계에 따라 법리의 적용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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