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며
본 글에서는 기업들에게 사업 관련 특정 장비를 장기 렌털해 주는 A사의 의뢰를 받아 자문하였던 사안을 통해, 보증계약 체결도 전자문서 및 전자서명으로 가능한지에 대해서 살펴 보고자 합니다.
A사는 최근 렌털 계약 체결 방식을 앱(app) 등을 통한 전자문서 및 전자서명 방식으로 변경하는 정책을 추진 중입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렌털 계약'뿐 아니라 렌털 계약과 관련하여 법인 고객의 대표이사 등과 체결하는 '(연대)보증계약'도 전자문서 및 전자서명 방식으로 대체 가능한지에 대하여 확인을 구하고자 저희 사무실에 법률자문을 요청하였습니다.
참고로 장비를 렌털해 주는 업체는 위 '보증계약'을 통하여 장비를 렌털(대여)해 간 법인이 대여료를 지급하지 않거나 장비를 반환하지 않는 경우 보증계약의 상대방인 대표이사 등에게 보증책임을 물을 수 있게 됩니다.
이하의 내용은 저희 사무실에서 작성한 검토 의견서 내용 중 일부를 편집하여 옮긴 것입니다.
2. 전자문서 및 전자서명의 유효성
전자문서 및 전자거래기본법(이하 '전자문서법') 제4조 제1항은 "전자문서는 전자적 형태로 되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법적 효력이 부인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또한 전자서명법 제3조 제1항은 "전자서명은 전자적 형태라는 이유만으로 법적 효력이 부인되지않는다"고 규정하고, 동조 제2항은 "법령의 규정 또는 당사자 간의 약정에 따라 서명, 서명날인 또는 기명날인의 방식으로 전자서명을 선택한 경우 그 전자서명은 서명, 서명날인 또는 기명날인으로서의 효력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전자문서 및 전자서명은 '전자적 형태'라는 이유만으로 그 효력이 부정되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3. 민법상 보증계약 체결의 요식성
그런데 민법 제428조의2 제1항은 '본문'에서 "보증은 그 의사가 보증인의 기명날인 또는 서명이 있는 서면으로 표시되어야 그 효력이 발생한다"고 규정하고, '단서'에서 "보증의 의사가 전자적 형태로 표시된 경우에는 효력이 없다"고 규정함으로써 보증계약을 '요식행위'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해당 조문은 보증인으로 하여금 더욱 신중하게 보증거래를 하게 하는 한편, 보증과 관련된 분쟁을 예방하거나 분쟁 해결을 쉽게 하여 보증인을 보호하려는 취지에서 2015. 2. 3. 민법 일부개정 때 입법된 것입니다.
이와 같이 전자문서법 및 전자서명법에 따라 전자문서 및 전자서명이 일반적으로 유효함에도 불구하고, 민법은 보증계약을 체결할 때에는 반드시 기명날인 또는 서명이 있는 "서면"의 형태로 보증인의 의사표시가 이루어질 것을 요구합니다.
또한 그 의사표시가 "전자적 형태로 표시된 경우에는 효력이 없다"고 하여 전자문서에 의한 보증계약의 효력을 명시적으로 부정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 보증계약은 '종이'로 된 문서에 보증인이 기명날인 또는 서명하지 않는 이상 효력이 없다는 것입니다.
4. 전자문서법 제4조 제2항에 의한 예외
그러나 전자문서법 제4조 제2항은 "보증인이 자기의 영업 또는 사업으로 작성한 보증의 의사가 표시된 전자문서는 민법 제428조의2 제1항 단서에도 불구하고 민법 제428조 제1항 본문에 따른 서면으로 본다"고 규정함으로써, 위에서 설명한 민법 제428조 제1항 단서에 대해 다시 '예외'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질의하신 사안과 관련해서는 법인 고객의 대표자 등이 자신이 운영하는 법인에 필요한 장비의 대여계약과 관련하여 앱 등을 통한 전자화 방식으로 '(연대)보증' 의사를 표시하는 것이 전자문서법 제4조 제2항이 규정한 "보증인이 자기의 영업 또는 사업으로 보증의 의사를 표시"하는 것에 해당하여 유효한지 여부가 검토되어야 할 것입니다.
5. 전자문서법 제4조 제2항의 해석
가. 전자문서법 제4조 제2항의 문언
전자문서법 제4조 제2항의 “보증인이 자기의 영업 또는 사업으로 작성한 보증의 의사가 표시된 전자문서”를 그 문언 그대로 해석하면, 보증계약이 그 효력이 발생하기 위하여는 보증인이 보증의 의사표시를 ‘자기의 영업 또는 사업’으로 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즉, '보증행위' 자체가 보증을 하는 주체의 영업 또는 사업이어야 합니다. 신용보증기금이나 보증보험회사 등에 의하여 이뤄지는 소위 ‘기관보증’이 그 대표적인 사례가 될 것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주계약(본건의 경우 '대여계약')이 영업 또는 사업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면, 그에 대한 전자적 형태로 이루어진 보증의 의사표시 역시 영업 또는 사업으로 이루어지는 것이어서 전자문서법 제4조 제2항의 요건을 충족시키는 것이 아닌지"에 관한 의문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주계약과 보증계약은 법적으로 구별되는 별개의 계약이고, 주계약상의 주채무자와 보증계약상 보증채무자는 별개의 인격이라 할 것이어서, 주계약이 영업 또는 사업으로 체결된 것이라고하여도, 이를 근거로 보증계약이 보증인 ‘자기의’ 영업 또는 사업으로 이루어졌다고 할 수는 없다고 판단됩니다.
나. 전자문서법 입법 과정 및 취지 등
전자적 형태로 표시된 보증의사의 효력을 일률적으로 부정하는 민법 제42조의2 제1항 단서에 대해서 그 입법 당시부터 ‘기관보증’의 현실 등을 고려할 때 입법론적으로 타당하지 않다는 비판이 있었습니다.
부연하면, 민법 제428조의2가 신설되기 이전부터 기술신용보증기금이나 보증보험회사 등은 전자보증 시스템을 구축하여 활용하고 있었는데, 이러한 전문 기관들에 의하여 이뤄지는 보증의 경우 ‘경솔한 보증’ 등을 우려하여 보증인, 즉 기술신용보증기금 등을 보호할 필요가 전혀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에 민법 제428조의2가 위와 같은 ‘기관보증’까지 포함하여 전자적인 보증의 의사표시의 효력을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것은 타당치 않다는 비판이 상당하였습니다.
이러한 비판을 고려하여 민법 제42조의2가 신설된 2015. 2. 3.로부터 불과 1년도 되지 않은 2016. 1. 19. 전자문서법 개정을 통하여 “보증인이 자기의 영업 또는 사업으로 작성한 보증의 의사가 표시된 전자문서는 민법 제428조의2 제1항 단서에도 불구하고 같은 항 본문에 따른 서면으로 본다.”는 동법 제4조 제2항이 신설되었습니다.
실제로 전자문서법은 다음과 같이 명시적으로 그 ‘개정이유’를 밝히고 있습니다.
| 전자문서법 제4조 제2항 '개정이유' 중 일부 |
| "신용보증기금, 건설공제조합 등 보증계약을 전문적으로 체결하는 기관이 하는 이른바 ‘기관보증’ 등의 경우에는 대부분 전자적 방식으로 보증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이와 같은 전자적 방식의 기관보증 등은 신중한 보증계약 체결 도모라는 당초의 민법 개정 취지의 측면에서 보아도 특별한 문제가 없다. 오히려 위 전자적 방식의 보증계약이 일률적으로 효력이 부정될 경우 거래계의 혼란이 예상되며, 이미 구축한 전자적 방식 외에 추가로 서면 송달 등을 해야 한다면 이에 따른 불필요한 비용이 소요될 우려도 있다." "따라서 민법의 개정에도 불구하고 기관보증 등 보증인이 자기의 영업 또는 사업과 관련하여 하는 보증의 경우에는 전자적 방식의 보증도 효력이 인정되도록 특례를 마련할 필요성이 있다." |
법무부가 2017. 3. 발행한 '전자문서법 해설서' 역시 위와 같은 입법취지에 기초하여 다음과 같이 전자문서법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 전자문서법 해설서 39면 |
| “(민법) 보증의 의사를 전자문서로 표시한 경우 효력이 없음. 단, 보증계약을 영업으로 하는 전문 기관이 하는 이른바 기관보증은 전자적 방식의 보증계약 체결이 가능” |
위와 같이 전자문서법 제4조 제2항은 그 입법 과정 및 취지를 고려할 때 명백히 '기관보증'처럼 '보증 자체가 자기의 영업 또는 사업인 자에 의한 보증'을 염두에 두고 신설된 조항이라 할 것입니다.
다. 민법 제428조의2 위법취지와의 조화
신설된 민법 제428조의2가 규정하고 있는 ‘보증계약의 요식성’에 관한 내용은 본래 특별법인 ‘보증인 보호를 위한 특별법’(이하 ‘보증인보호법’) 제3조가 규정하고 있던 내용입니다.
그런데 입법자가 그 적용범위가 제한적이었던 특별법인 보증인보호법상 조항을 삭제함과 동시에 일반법인 민법에 같은 내용의 조항을 신설하고, 더 나아가 기존 보증인보호법상 존재하지 않던 “보증의 의사가 전자적 형태로 표시된 경우에는 효력이 없다.”는 단서까지 추가한 것은, 명백히 그 취지(의도)가 ‘서면’에 의한 계약이라는 보증계약의 요식성을 기존보다 ‘일반화’하고 ‘강화’하겠다는 데 있다고 보입니다.
이러한 민법 제428조의2의 입법취지는 그로부터 불과 1년도 되지 않아 신설된 전자문서법 제4조제2항에 대한 해석과 관련해서도 고려되어야 할 것이고, 그렇다면 더더욱 전자문서법 제4조 제2항을 ‘보증계약의 요식성’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확대해석하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됩니다.
라. 소결
그 문언, 입법 과정 및 취지 등을 고려할 때 전자문서법 제4조 제2항 소정의 “보증인이 자기의 영업또는 사업으로 작성한 보증의 의사가 표시된 전자문서”는 기관보증처럼 보증행위를 영업으로 하는 전문기관이 보증계약을 체결하는 경우에 작성된 보증의 의사가 표시된 전자문서를 의미하는 것으로 사료됩니다.
6. 나가며
위 사안에서 저희 사무실이 A사에 제시한 결론은 다음과 같습니다.
A사가 법인 고객과 앱 등을 통한 전자적 방식으로 장비 렌털 계약(대여 계약)을 체결하면서 그 법인 고객의 대표(예컨대 대표이사 강백호)와도 동일하게 전자적 방식으로 렌털 계약 관련 '보증계약'을 체결하더라도, 그와 같이 작성된 보증의 의사가 표시된 전자문서는 전자문서법 제4조 제2항의 ‘보증인이 자기의 영업 또는 사업으로 작성한 보증의 의사가 표시된 전자문서’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A사가 위와 같은 방식으로 법인 고객의 대표자 등과 체결한 (연대)보증계약은 민법 제428조의2 제1항 단서에 따라 그 효력이 부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됩니다.
본 글에는 필자의 견해가 포함되어 있으며, 유관기관이나 법원의 판단을 보장하지 않습니다. 개별 사안의 구체적 사실관계에 따라 법리의 적용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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