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법무

사업자단체(사단법인)에서 임원(이사) 해임의 자유와 제한

박시완 변호사 2026. 8. 28. 23:44

 

1. 들어가며

 

개별법에서 일정한 사업자단체의 설립 등에 관하여 다룰 때 "○○는 법인으로 한다", "이 법에 규정되지 아니한 사항에 대하여는 민법 중 사단법인에 관한 규정을 준용한다"고 규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컨대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상의 사업자 '조합', 의료법상의 의사회·치과의사회·한의사회·조산사회 등 '중앙회', 건설산업기본법상의 건설사업자 '협회',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상의 사업자 '협회'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즉 이러한 사업자단체는 '조합', '중앙회', '협회'라는 명칭으로 불리지만, 그 법적 성격은 '법인'입니다. 그리고 그 사업자단체에 관한 개별법에서 별도로 규정하지 아니한 사항에 대해서는 민법의 사단법인에 관한 규정이 준용됩니다.

 

따라서 이러한 사업자단체 법인에서 총회의 권한, 총회결의의 하자, 대표자의 대표권, 임원의 선임·해임, 정관의 효력, 해산·청산 등의 쟁점이 발생하면, 앞서 본 "이 법에 규정되지 아니한 사항에 대하여는 민법 중 사단법인에 관한 규정을 준용한다"는 규정에 따라 우선 해당 개별법이 적용되고, 거기에 규정이 없으면 민법 제40조 이하의 사단법인 규정이 준용되는 구조로 규율이 작동합니다. 다만, 단체의 자치법규인 '정관'에서 직접 관련 규정을 두고 있다면, 그 규정이 법률의 강행규정과 배치되지 않는 이상, 개별법이나 민법의 규정에 우선하여 적용됩니다.   

 

본 글에서는 위와 같은 사업자단체 법인에서 문제될 수 있는 쟁점 중 '임원의 해임'과 관련한 쟁점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2. 사안과 쟁점 

 

그 설립 등에 관한 개별법상 '법인'의 성격을 가지는 사업자단체인 A협회는 정관에서 총회 결의사항 중 하나로 "임원의 해임"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해임이 가능한 구체적 '사유'(예컨대 '정관에 위반한 업무집행' 등)에 대해서는 전혀 규정하고 있지 않습니다. A협회를 규율하는 개별법에서도 별도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습니다. 그 개별법에서 준용하는 민법 역시 법인의 '이사 해임'에 관해서는 아무런 규정이 없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A협회는 내부적으로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특정 이사의 해임과 관련하여, '총회 결의를 거치기만 하면 언제든 자유롭게 해임이 가능한지' 아니면 '해임을 정당화할 구체적 사유가 존재해야 해임이 가능한지'에 대하여 필자의 사무실에 법률자문을 구하였습니다. 

 


​3. 검토

대법원은 주식회사가 아닌 '법인'의 이사 해임과 관련하여, 서울특별시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사안에서 다음과 같은 기본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대법원 2013. 11. 28 선고 2011다41741 판결]
"법인과 이사의 법률관계는 신뢰를 기초로 한 위임 유사의 관계로 볼 수 있는데, 민법 제689조 제1항에서는 위임계약은 각 당사자가 언제든지 해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법인은 원칙적으로 이사의 임기 만료 전에도 이사를 해임할 수 있지만, 이러한 민법의 규정은 임의규정에 불과하므로 법인이 자치법규인 정관으로 이사의 해임사유 및 절차 등에 관하여 별도의 규정을 두는 것도 가능하다." 

따라서 다음 두 경우를 구분해야 합니다. 

가. 정관에서 이사의 해임 '사유'에 관한 규정이 없는 경우 

이 경우 법인과 이사의 법률관계는 신뢰를 기초로 한 '위임' 유사의 관계이고 위임계약은 원래 해지의 자유가 인정되어 쌍방 누구나 정당한 이유 없이도 언제든지 해지(해임)할 수 있으며, 다만 불리한 시기에 부득이한 사유 없이 해지한 경우에 한하여 상대방에게 그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질뿐입니다(대법원 2014. 1. 17 자 2013마1801 결정). 

위에서 말하는 손해배상책임의 근거는 민법 제689조 제2항입니다. 그 손해배상의 범위는 위임이 해지되었다는 사실로부터 생기는 손해가 아니라 적당한 시기에 해지되었더라면 입지 아니하였을 손해에 한합니다. 따라서 잔여 임기 전부의 보수나 기대이익이 그대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며, 정관, 해임사유, 해임 시기, 실제 손해 및 공제사유를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손해배상의 범위가 확정됩니다. 

 

결론적으로 정관에서 이사의 해임 '사유'에 관한 규정이 없는 경우, 법인은 언제든지 이사를 해임할 수 있습니다. 즉 문제된 이사의 법령이나 정관 위반행위, 법인에 손해를 초래한 사실 등이 없어도 해임에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다만 불리한 시기에 부득이한 사유 없이 해지하였다면 법인이 손해배상책임을 질 뿐인데, 이 경우에도 그 손해배상책임의 범위는 제한적입니다. 

나. 정관에서 이사의 해임 '사유'에 관한 별도 규정이 있는 경우

이 경우 해당 정관 규정은 법인과 이사의 관계를 명확히 함은 물론 이사의 신분을 보장하는 의미도 아울러 가지고 있어 이를 단순히 주의적 규정으로 볼 수는 없고, 법인을 법적으로 구속하는 효력규정으로 보아야 합니다. 

따라서 법인의 정관에 이사의 해임사유에 관한 규정이 있는 경우 법인으로서는 이사의 '중대한 의무위반 또는 정상적인 사무집행 불능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정관에서 정하지 아니한 사유로 이사를 해임할 수 없습니다(대법원 2013. 11. 28 선고 2011다41741 판결).

정리하면, 정관에서 해임사유를 규정하고 있는 경우 ① 정관에서 정한 그 사유가 존재할 때와 ② 이사의 중대한 의무위반 또는 정상적인 사무집행 불능 등의 특별한 사정이 존재할 때에 한하여, 이사를 해임할 수 있습니다. 특히 ②의 경우 예외적으로 인정되는 것이므로, 법원에서 그러한 '특별한 사정'의 존재에 대해서는 엄격한 판단이 이뤄집니다. 

 

 

4. 정리

 

개별법상 '법인'으로 규정된 일정한 사업자단체의 '임원 해임'에 관하여, 그 개별법과 민법에 아무런 규정이 없는 이상, 이는 법인의 정관 규정 유무에 따라 규율이 달라집니다.    

​정관에 임원의 해임에 관하여 아무런 규정이 없다면, 우선 그 해임은 민법 제68조에 따라 '총회' 결의에 의하여야 합니다. 그리고 총회는, 위임계약 해지의 자유에 따라, 정당한 이유가 없이도 언제든지 임원을 해임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불리한 시기에 부득이한 사유 없이 해임한 경우에는 해당 임원에게 그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지게 됩니다.  

반대로 만약 정관에서 임원의 해임 절차와 사유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다면, 법인은 이에 따라야 합니다. 다만, 정관에서 해임 사유로 "중대한 의무위반" 또는 "정상적인 사무집행 불능"과 같은 사유를 명시하고 있지 않더라도, 위 "중대한 의무위반" 등의 특별한 사정이 존재하는 경우 예외적으로 해임이 가능합니다. 

그런데 법인의 정관에서 임원의 해임 '사유'에 관하여 아무런 규정이 없어 언제든 해임이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법인 입장에서는 그 해임에 관한 정당한 사유의 존부를 사전에 검토하고, 그 사유가 존재하는 경우 이를 해임 과정에서 명확히 표시하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됩니다. 그러한 해임 사유의 존재는 "불리한 시기에 부득이한 사유 없이 해임한 경우" 법인이 부담하는 손해배상책임을 불성립 또는 감경시키는 작용을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본 글에는 필자의 견해가 포함되어 있으며, 유관기관이나 법원의 판단을 보장하지 않습니다. 개별 사안의 구체적 사실관계에 따라 법리의 적용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작성자: 박시완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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