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며
회사가 보유한 자회사 주식을 제3자에게 처분하는 거래는 형식상으로는 '주식매매'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해당 자회사가 모회사의 핵심 사업을 실질적으로 수행하고 있다면 그 지분의 양도는 사업 자체의 이전과 동등한 효과를 발생시킵니다.
이러한 주식 양도를 상법 제374조 제1항 제1호가 정한 '영업의 전부 또는 중요한 일부의 양도'로 보아 '주주총회 특별결의'와 '반대주주의 주식매수청구권' 규정을 적용할 수 있는지가 오랜 실무상 쟁점이었습니다.
대법원은 2018. 4. 26. 선고 2017다288757 판결에서 이미 자회사 주식양도에도 영업양도 법리가 유추적용될 수 있음을 확인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최근 2025. 10. 16.에 선고된 2019다236385 판결에서는 그 절차 위반에 대한 주주의 구제수단 및 이사의 책임까지 명확히 하였습니다.
본 글에서는 위 판례 법리를 분석하고 그에 따른 '주주의 대응 방안' 및 '회사 측의 실무상 유의사항'을 정리합니다.
2. 영업양도에 대한 규제의 기본 구조
상법 제374조 제1항 제1호에 의하면 주식회사가 '영업의 전부 또는 중요한 일부의 양도'를 하는 경우 출석 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 및 발행주식총수의 3분의 1 이상의 찬성에 의한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거쳐야 합니다. 이는 회사 존립의 기초와 주주의 투자목적에 중대한 변경을 초래하는 사항에 대하여 주주의 의사를 직접 반영하기 위한 강행규정입니다.
동시에 상법 제374조의2는 해당 결의에 반대하는 주주에게 주식매수청구권을 부여합니다. 다수결로 영업양도가 결정되더라도 이에 반대하는 소수주주에게는 회사로부터 공정한 가격에 주식을 매수받고 투하자본을 회수할 수 있는 탈퇴권이 보장되는 것입니다. 요컨대 영업양도로 평가되는 거래에는 절차적 문턱으로서의 특별결의와 보상적 탈출구로서의 주식매수청구권이 동시에 작동합니다.
대법원은 '영업양도'의 개념을 일관하여 '일정한 영업목적을 위하여 조직되고 유기적 일체로 기능하는 재산의 전부 또는 중요한 일부를 총체적으로 양도하는 것'으로 정의하여 왔습니다. 또한 단순한 영업용 재산의 처분은 원칙적으로 이에 해당하지 않지만, 영업용 재산의 처분이 '회사 영업의 전부 또는 일부를 양도하거나 폐지하는 것과 같은 결과'를 가져오는 경우에는 상법 제374조 제1항 제1호가 적용된다는 태도를 취합니다(대법원 2004. 7. 8. 선고 2004다13717 판결 등).
3. 자회사 주식양도가 영업양도로 평가되는 경우
대법원 2018. 4. 26. 선고 2017다288757 판결은 의류 제조·판매를 주된 영업으로 하는 모회사가 중국 내 100% 자회사 지분 전부를 양도한 사안에서, 해당 자회사 없이는 모회사가 의류 제조 영업을 계속할 수 없는 구조였던 점 및 해당 지분이 모회사 자산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였던 점 등을 근거로, 위 지분양도가 '영업 또는 영업용 재산의 처분'에 해당하여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요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즉 동 판결은 자회사 주식양도에도 영업양도 규제가 유추적용될 수 있음을 확인한 판결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법리는 이번 대법원 2019다236385 판결에서 재확인되었습니다.
판례의 축적을 통하여 정리되는 판단요소는 다음과 같다.
① 해당 자회사가 모회사 사업에서 차지하는 비중
매출 비중과 자산 비중이 주된 지표가 됩니다. 2018년 판결 사안에서는 자회사 지분이 모회사 자산의 약 1/4을 차지하면서 사실상 유일한 실질적 재산이었고, 2025년 판결 사안에서는 해당 자회사들을 통한 매출이 모회사 제조업 매출의 거의 전부였습니다.
② 양도 후 모회사 사업의 계속 가능성
당해 지분 처분으로 인하여 모회사가 기존 영업을 계속할 수 없거나 이를 폐지한 것과 같은 결과가 초래되는지 여부가 핵심 판단요소입니다.
③ 양수인에 의한 영업적 활동의 승계
자회사의 인력·거래처·설비 등이 동일성을 유지한 채 양수인에게 이전되어 양수인이 종전과 동일한 영업을 계속하는지 여부도 고려됩니다.
④ 거래의 실질
외형은 주식매매이나 실질적으로는 사업부문 전체의 이전과 동일시할 수 있는 구조인지 여부를 종합적으로 판단합니다.
결국 영업양도 해당 여부는 어느 하나의 지표가 아닌 위 요소들을 실질적·종합적으로 평가하여 결정됩니다. 따라서 거래 설계 단계에서부터 사안별 구체적 검토가 필수적입니다.
4. 대법원 2019다236385 판결의 주요 법리
가. 사안의 개요
자전거용 신발 제조·판매업을 영위하던 피고 회사는 국내 생산을 중단하고 중국·캄보디아 자회사를 통한 위탁생산 구조로 운영되고 있었습니다. 피고 회사는 2007년경 중국 자회사 지분 56%를, 2010∼2011년경 캄보디아 자회사 지분 100%를 거래처인 일본 회사에 양도하였는데, 이 과정에서 주주총회 특별결의는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 피고 회사의 2011년 매출은 사실상 소멸하였습니다.
나. 선행판결의 확정
소수주주들이 제기한 선행소송(서울고등법원 2014나49076 판결)에서는 위 각 주식양도가 '피고 회사 영업의 전부 또는 중요한 일부를 양도·폐지하는 것과 같은 결과'를 가져오는 거래로서, 특별결의 없이 체결된 해당 양도계약은 무효라는 판단이 내려졌습니다.
다만 같은 판결은, 주식매수청구권은 유효한 영업양도 결의에 반대하는 경우에 발생하는 권리이므로 무효인 거래에 대해서는 인정될 수 없다는 이유로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주장은 배척하였습니다. 또한 주주가 직접 회사와 제3자 사이의 거래 무효확인을 구할 확인의 이익도 부정하였습니다(이 법리는 대법원 2022. 6. 9. 선고 2018다228462, 228479 판결에서 재확인되었다).
다. 주주제안의 거부와 이사의 책임
선행판결 후 원고 주주들은 '해당 주식양도를 추인하는 결의 안건을 주주총회 목적사항으로 상정할 것'을 내용으로 하는 주주제안을 하였으나, 피고 회사의 이사들은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를 위한 수단에 불과한 주주 개인의 고충'(상법 시행령 제12조 제2호) 내지 '회사가 실현할 수 없는 사항'(같은 조 제5호)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이를 거부하였습니다.
대법원은 위 거부가 이사의 임무위배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그 논거는 다음과 같이 정리됩니다.
첫째, 주주 개인이 법률상 부여된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기 위한 수단으로 추인 결의를 제안하는 것은 '주주 개인의 고충'이나 '회사가 실현할 수 없는 사항'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둘째, 주주는 회사와 제3자 사이의 거래 무효확인이나 원상회복 청구를 직접 할 수 없으므로, 추인 결의 안건의 상정을 구하는 주주제안이 사실상 유일한 구제수단이다.
셋째, 이사가 고의·과실로 이러한 주주제안을 거부하고 추인 결의 절차를 이행하지 아니함으로써 주주가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지 못하게 된 경우, 이는 주주의 권리행사 기대권을 침해하는 불법행위를 구성한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대표이사에게 민법 제750조 및 상법 제389조 제3항·제210조를, 회사에는 상법 제389조 제3항·제210조를 각 근거로 주식매수가액 상당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였습니다. 이사의 주주에 대한 책임을 상법 제401조가 아닌 일반 불법행위 및 상법상 공동책임 규정에 근거하여 인정하였다는 점에 특징이 있습니다.
5. 주주가 취할 수 있는 구체적 조치
가. 거래의 법적 성격 분석
가장 먼저 해당 자회사 주식양도가 영업양도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는지를 앞서 본 네 가지 판단요소에 따라 검토하여야 합니다. 검토자료로는 회사의 공시자료·감사보고서·사업보고서 등이 기본이 되며, 회계장부열람등사청구권의 행사도 함께 고려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나. 주주제안의 제출
의결권 없는 주식을 제외한 발행주식총수의 3% 이상을 보유한 주주는 주주총회일 6주 전까지 서면 또는 전자문서로 일정 사항을 주주총회 목적사항으로 할 것을 제안할 수 있습니다(상법 제363조의2).
상장회사의 경우 6개월 전부터 계속하여 의결권 없는 주식을 제외한 발행주식총수의 1%(최근 사업연도 말 자본금이 1천억 원 이상인 상장회사의 경우에는 0.5%) 이상을 보유한 주주도 제안이 가능합니다(상법 제542조의6 제2항)
앞서 본 대법원 2019다236385 판결에 의하여 소수주주는 (i) 주주총회 특별결의 없이 이루어진 '영업의 전부 또는 중요한 일부의 양도'에 해당하는 자회사 주식양도를 추인하는 결의를 주주총회 목적사항으로 상정할 것을 주주제안할 수 있고, (ii) 해당 제안의 실제 목적이 반대주주로서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기 위한 것이더라도 상법 시행령 제12조의 거부사유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다. 주주제안 거부 시 회사 및 이사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이사가 위 주주제안을 거부하고 추인 결의 절차를 이행하지 아니한 경우, 민법 제750조·상법 제389조 제3항·제210조에 근거하여 회사와 대표이사에게 주식매수가액 상당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이는 위 대법원 2019다236385 판결이 공인한 경로입니다.
주주제안의 상정 자체를 목적으로 하는 의안상정가처분 신청이나, 주총 특별결의가 요구되는 영업양도에 해당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결여하고 소수주주의 추인 결의 절차 제안에도 응하지 않는 이사(들)에 대한 해임청구(상법 제385조 제2항)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라. 추인 결의가 이루어진 경우 주식매수청구권의 행사
회사가 추인 결의 안건을 상정하는 경우, 반대주주는 상법 제374조의2의 절차에 따라 권리를 행사하여야 합니다.
(i) 주주총회 결의 전에 서면으로 반대의사를 회사에 통지하고, (ii) 결의일로부터 20일 이내에 주식의 종류와 수를 기재한 서면으로 매수청구를 하며, (iii) 회사는 청구를 받은 날로부터 2개월 이내에 해당 주식을 매수하여야 합니다.
주식매수청구권은 형성권으로서 그 행사만으로 매매계약이 성립하므로 2개월이 경과하면 이행지체에 따른 지연손해금이 발생합니다(대법원 2011. 4. 28. 선고 2010다94953 판결 참조). 매수가액은 주주와 회사의 협의로 정하며, 협의가 성립하지 아니하는 경우 법원에 가액결정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6. '회사' 담당자를 위한 실무상 유의사항
첫째, 자회사 주식양도 거래를 설계할 때에는 해당 자회사가 모회사 사업에서 차지하는 실질적 비중을 정량·정성적으로 평가하여 상법 제374조 제1항 제1호의 '영업의 전부 또는 중요한 일부의 양도'에 해당할 여지가 있는지 검토하여야 합니다. 매출 비중, 자산 비중, 핵심 사업과의 연계성, 대체 가능성 등이 주요 점검항목입니다.
둘째, '영업의 전부 또는 중요한 일부의 양도'에 준한다고 평가될 여지가 있다고 보이는 경우에는 예방적으로 주주총회 특별결의 절차를 거치는 것이 안전합니다. 특별결의 절차를 생략하였을 발생할 수 있는 사후 무효 판정의 리스크 및 이사 개인의 손해배상책임 리스크에 비하면 절차이행 비용은 상대적으로 경미하다고 할 것입니다.
셋째,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진행하지 않은 자회사 주식양도에 대하여 소수주주로부터 추인 결의 상정을 구하는 주주제안이 접수된 경우, 이를 '주주 개인의 고충'이나 '회사가 실현할 수 없는 사항'이라는 이유로 기계적으로 거부하여서는 아니 됩니다. 대법원 2019다236385 판결에 의하여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목적의 주주제안도 적법할 수 있음이 명시되었으므로, 거부 여부는 반드시 전문가의 법률자문을 거쳐 신중히 판단할 필요가 있습니다.
7. 나가며
대법원 2019다236385 판결은 상법 제374조 제1항 제1호와 관련하여 자회사 주식양도 역시 동 규정이 적용될 수 있음을 재확인함과 동시에, 그 절차 위반에 대한 주주의 구체적 구제수단을 판례로 정착시켰다는 점에서 의의가 큰 판결입니다. 특히 주주제안을 거부한 이사에게 주식매수가액 상당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함으로써, 주주 보호의 실효성을 크게 강화하였습니다.
주주 측에서는 '주주제안 → 거부 시 회사 및 이사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라는 구제경로가 공인되었다는 점에, 회사 및 이사 측에서는 형식상 주식매매로 처리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영업양도 규제를 회피할 수 없다는 점에 각 유의하여야 합니다.
개별 사안에서 '영업의 전부 또는 중요한 일부의 양도' 해당 여부, 주주제안의 적법성, 손해배상액 산정 등은 구체적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지므로, 유사 쟁점을 다루는 경우 반드시 전문가의 개별적 검토를 받으실 것을 권해 드린다.
본 글에는 필자의 견해가 포함되어 있으며, 개별 사안의 구체적 사실관계에 따라 법리 적용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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