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며
여러 사람이 자금을 모아 부동산을 함께 매수하고 이를 개발하거나 임대·전매하여 그 차익을 분배하기로 약정하는, 이른바 '동업형 부동산 투자'는 실무에서 매우 흔하게 접할 수 있는 거래 형태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동업관계에서 부동산 등기를 '합유'로 마치는 사례는 오히려 드물고, 대다수는 조합원 가운데 1인 또는 그 일부의 명의로 단독 또는 공유 등기를 마치는 형태가 일반적입니다.
대출 편의, 행정절차의 간명성, 세무·신용 문제, 또는 단순한 관행 때문에 그렇게 처리되는 경우가 많지만, 이러한 편의적 처리는 동업자 중 일부가 동업관계에서 탈퇴하거나 동업관계가 종료되는 시점에 이르러 예상치 못한 법적 분쟁으로 비화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대법원 2019. 6. 13. 선고 2017다246180 판결(이하 '대상판결'이라 함)의 판시 내용은 실무상 매우 중요한 의의를 가집니다. 대상판결은 조합원들이 공동사업을 위하여 매수한 부동산을 합유등기하지 않고 조합원 중 1인 명의로 등기한 경우의 법률관계를 명확히 하였습니다.
본 글에서는 대상판결의 내용 및 그 법리적 의미를 검토하고, 동업관계에서 부동산 취득 시 유념하여야 할 실무상 주의점을 정리하고자 합니다.
2. 사안의 개요
1) A, B, C, D 4명은 부동산에 대한 투자·개발을 목적으로 하는 동업관계(민법상 '조합')를 결성.
2) 해당 조합체는 광주시 소재 임야를 매수하면서 편의상 매수인을 B로 하는 매매계약서를 작성하고 B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침.
3) 그 후 A는 조합계약을 해지한다는 의사표시를 하여 조합에서 탈퇴하였고, 임야의 소유명의자인 B를 상대로 동업관계 해지를 원인으로 하여 이 사건 임야 중 1/4 지분이 자신의 몫이라고 주장하며 소유권이전등기를 구함.
이에 대하여 원심은 원고(A)가 탈퇴 당시의 조합재산 상태에 관한 계산 절차를 먼저 거쳐야 한다는 이유로 청구를 기각하였습니다. 그런데 대법원은 아예 이 사건 임야는 '조합재산'이 아니고 따라서 원고의 조합지분에 기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이 성립할 수가 없다는 이유로 원고 청구를 기각하였습니다(즉 원고 청구를 기각한 건 원심과 같지만, 그 이유가 다름).
3. 대상판결의 판시
대상판결의 핵심적인 판시 사항은 다음 두 가지로 정리됩니다.
첫째, 부동산실명법 제4조에 따라 부동산에 관한 명의신탁약정과 그에 따른 부동산 물권변동은 무효이지만, 부동산에 관한 물권을 취득하기 위한 계약에서 명의수탁자가 어느 한쪽 당사자가 되고 상대방 당사자가 명의신탁약정의 존재를 알지 못한 경우(이른바 '계약명의신탁'에 있어서 매도인이 선의인 경우)에는, 명의수탁자가 해당 부동산의 완전한 소유권을 취득하되 명의신탁자에 대하여 '매수대금' 상당액의 부당이득반환의무를 부담하게 될 뿐이다.
둘째, 조합원들이 공동사업을 위하여 매수한 부동산에 관하여 합유등기를 하지 않고 조합원 중 1인 명의로 등기를 한 경우에는, 이를 '조합체가 조합원에게 명의신탁'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그리고 해당 명의신탁의 효과로서 신탁부동산 자체는 조합재산이 될 수 없고, 조합재산은 매도인이 악의이어서 물권변동이 무효인 경우에는 매도인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 매도인이 선의이어서 물권변동이 유효한 경우에는 명의수탁자에 대한 매수대금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채권에 그친다.
이러한 판시는 종래 대법원이 2003다25256 판결, 2002다66922 판결 등에서 형성하여 온 법리를 동업·조합관계에 그대로 적용한 것으로 평가됩니다. 대상판결 후 대법원 2023다290799, 290805 판결 역시 동일한 법리를 재확인하였습니다.
4. 대상판결에 대한 검토
가. 부동산실명법상 명의신탁의 유형 구분
부동산실명법상 명의신탁의 유형은 일반적으로 다음 세 가지로 분류됩니다.
ⅰ) 양자간 명의신탁
ⅱ) 3자간 등기명의신탁(중간생략형 명의신탁)
ⅲ) 계약명의신탁
이 중에서 계약명의신탁은 명의수탁자가 매매계약의 직접 당사자가 되어 매도인과 계약을 체결하고 자신의 명의로 등기를 마치는 형태를 말하는데, 매도인이 명의신탁약정의 존재를 알았는지 여부, 즉 매도인의 선의·악의에 따라 법적 효과가 크게 달라집니다.
매도인이 악의인 경우에는 명의수탁자 명의의 등기가 무효이므로 소유권은 여전히 매도인에게 귀속되고, 명의신탁자는 매도인을 상대로 하는 계약상 권리(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를 가집니다. 반면 매도인이 선의인 경우에는 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2항 단서에 따라 명의수탁자가 완전한 소유권을 취득합니다. 명의신탁자는 명의수탁자를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할 수 있을 뿐입니다.
대상판결은 이러한 계약명의신탁의 법률관계를 민법상 조합에 해당하는 동업관계에도 그대로 적용하였습니다.
나. 조합재산의 합유성과 본 사안의 적용
민법 제704조는 '조합원의 출자 기타 조합재산은 조합원의 합유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민법 제271조 제1항은 합유관계의 성립과 처분에 관한 일반 원칙을 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조합재산을 부동산 형태로 취득하는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합유등기를 마치는 것이 법적으로 가장 정확한 처리 방식입니다.
그러나 대상판결 사안과 같이 조합체가 부동산을 매수하면서 합유등기를 하지 아니하고 조합원 중 1인 명의로 단독 등기를 한 경우, 대법원은 이를 '조합체가 조합원에게 명의신탁한 것'으로 의제하여, 부동산실명법상의 명의신탁 법리를 그대로 적용합니다. 즉 신탁자가 '조합체'이고 수탁자가 '조합원 1인'이 되는 구조로 법률관계를 재구성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구성에 따른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매도인이 명의신탁의 존재를 알지 못한 경우(통상 매도인은 매수인이 누구의 명의를 빌렸는지에 관해 별다른 인식 없이 거래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선의로 추정됩니다)에는 부동산의 소유권이 명의수탁자인 그 조합원 1인에게 확정적으로 귀속되며, 조합체는 그 조합원 1인을 상대로 매수대금 상당액의 부당이득반환채권을 가지는 데 그치게 됩니다. 결국 신탁부동산 자체는 조합재산이 아니라는 결론에 이릅니다.
다. 부당이득반환의 범위: 부동산 '매수대금'에 한정
특히 주목할 점은 부당이득반환의 범위가 '부동산의 시가'가 아니라 '명의신탁자가 명의수탁자에게 제공한 매수대금 상당액'에 한정된다는 점입니다.
이는 대법원 2005. 1. 28. 선고 2002다66922 판결 이래 일관된 입장으로서, 부동산실명법 시행 이후의 계약명의신탁에서는 명의신탁자가 애초부터 부동산의 소유권을 취득할 수 없었으므로, 명의신탁약정의 무효로 인하여 명의신탁자가 입은 손해는 부동산 자체가 아니라 매수자금이라는 논리에 기초합니다. 다만 매수대금 외에 명의신탁자가 명의수탁자에게 지급한 취득세·등록세 등의 취득비용도 부당이득반환의 범위에 포함됩니다(대법원 2010. 10. 14. 선고 2007다90432 판결 참조).
5. 대상판결에 대한 비판
대상판결은 부동산실명법에 충실한 것으로 보입니다만, 동업관계의 실질에 비추어 보면, 다른 조합원들의 보호에 미흡한 측면이 존재한다는 비판이 가능합니다.
대상판결에 의하면 조합원들이 출자한 자금으로 매수한 부동산이 시간 경과에 따라 가치가 상승한 경우, 그 가치상승분(시세차익)은 모두 명의수탁자인 조합원 1인에게 귀속되고, 다른 조합원들은 단지 매수 당시 출자한 매수대금 상당액의 반환만을 청구할 수 있을 뿐입니다.
예컨대 동업자 2인(A, B)이 각 1억 원씩 총 2억 원을 출자하여 부동산을 매수하고, 편의상 B 명의로 등기한 뒤 10년간 공동사업을 하였는데, 이후 부동산 시가가 20억 원으로 상승하였다고 할 때, 만약 해당 부동산 자체가 조합재산이라고 본다면 동업자들은 정산 시 각 부동산 가치의 1/2인 10억 원 가치를 정산받게 됩니다. 즉 B뿐 아니라 A 역시 부동산 시가 상승의 이익을 동일하게 누리게 됩니다.
그러나 대상판결에 의할 경우, B에게 명의신탁된 부동산 자체는 조합재산이 아니고 이와 관련한 부당이득반환채권이 조합재산이고 부당이득반환의 범위 역시 반환청구 당시의 시가인 20억 원이 아니라 부동산 취득 당시의 매수대금인 2억 원이 됩니다. 따라서 동업관계 정산 시 A는 위 2억 원의 1/2인 1억 원을 정산받을 뿐입니다. 20억 원 중 나머지 이익 19억 원은 모두 명의수탁자인 B에게 귀속됩니다.
이는 동업의 본질적 목적이 영업자산의 가치 상승에 따른 차익을 공동으로 향유하고 분배하는 데 있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동업의 실질에 정면으로 반하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특히 명의수탁자가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하더라도 부동산실명법상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형사법리와 결합할 경우, 명의수탁자의 도덕적 해이를 유발하게 됩니다. 특히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는 시기에는, 매수대금 상당액만 반환하면 그만이라는 구조가 명의수탁자에게 동업자를 배신할 인센티브로 작용할 위험이 있습니다.
6. 나가며 (시사점)
대상판결은 조합원들이 공동사업을 위하여 매수한 부동산을 합유등기하지 않고 1인 명의로 등기한 경우의 법률관계를 부동산실명법상 계약명의신탁의 법리로 환원하여 처리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함으로써, 동업관계와 등기 외관 사이에 발생할 수 있는 괴리에 대해 일관된 처리 기준을 제공하였다는 점에서 실무상 의의가 큽니다.
그러나 동시에 이러한 법리가 동업관계의 실질, 특히 자산 가치 상승의 공유라는 동업 본래의 취지와 충돌하는 부분이 있어, 다른 조합원들의 권리 보호 측면에서 한계가 명확히 드러난다는 비판도 함께 제기되고 있습니다.
결국 동업형 부동산 투자에서는, 대상판결의 법리를 정확히 이해하고 동업의 실질을 명확히 하기 위하여는 부동산 매수 시 처음부터 합유등기를 마치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만약 부득이하게 조합원 중 1인 명의로 등기를 마쳐야 하는 경우에는, 적어도 조합계약서에 부동산이 조합재산임을 명시하고, 명의수탁자인 조합원이 단독으로 처분하지 못하도록 하는 의무규정과 정산·위약벌·손해배상 조항을 두어야 할 것입니다.
실제로 예컨대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 2024. 9. 3. 선고 2022가합101116 판결을 보면, 대상판결의 법리에 따라 조합원 중 1인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부동산은 "조합재산으로 볼 수 없다"고 하면서도, "조합재산에 관한 명의신탁약정이 있었더라도 명의신탁과 별도로 조합과 조합원들 사이에서 조합재산의 정산방식에 관한 약정을 하는 경우 부동산실명법을 근거로 그 효력을 부정할 수 없다"고 판시하며, "탈퇴 당시의 부동산의 시가 상당액"을 기준로 정산하여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본 글에는 필자의 견해가 포함되어 있으며, 유관기관이나 법원의 판단을 보장하지 않습니다. 개별 사안의 구체적 사실관계에 따라 법리의 적용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작성자: 박시완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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