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상의 회사뿐만 아니라 민법 또는 개별법상의 '법인'에 해당하는 사업자단체, 공익단체 등에서도 대표자나 임원의 권한남용, 재산유용, 법인카드 부정사용 등이 문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그 단체의 구성원이 대표자 등의 비위를 공론화하고 필요한 조치(형사고소, 총회에서의 해임 결의 제안 등)를 취하기 위해서는 단체가 보유한 회계장부 등 서류를 열람등사하여 관련 정보와 증거자료를 확보할 필요성이 큽니다.
상법은 주식회사의 주주에게 회사의 일정한 서류들에 대한 열람등사권을 명시적으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상법 제391조의3 제3항은 '이사회 의사록'에 대한, 상법 제396조 제2항은 '정관, 주총 의사록, 주주명부, 사채원부'에 대한, 상법 제466조 제1항은 '회계장부'에 대한 열람등사권을 각 규정하고 있습니다. 특히 3% 이상 지분을 보유한 주주에게 인정되는 회계장부에 대한 열람등사권은 경영권분쟁 상황에서 공격자 측의 중요한 도구로 기능합니다. 한편, 상법은 합명회사, 유한회사 등 다른 종류의 회사에 대해서도 그 구성원이 가지는 일정한 서류에 대한 열람등사권을 별도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상법과 달리 민법은 제55조에서 '사단법인의 재산목록과 사원명부의 작성, 비치 의무'만을 규정하고 있을 뿐 그 구성원의 회계장부 또는 기타 서류에 대한 열람등사권에 대해서는 따로 규정하고 있지 않습니다. 따라서 만약 그 법인 설립의 근거가 된 개별법과 정관 등 자치규범에서도 이에 대해서 별도로 규정하고 있지 않은 경우, 과연 구성원의 회계장부 등 서류에 대한 열람등사권을 인정할 수 있는지가 문제됩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법령이나 정관에서 별도로 규정하고 있지 않더라도, 법인 구성원의 회계장부 등 서류에 대한 열람등사권이 인정됩니다. 이는 하급심 판례들에 의하여 이미 축적되어 있는 법리입니다.
다만, 실제 사안에서 위 열람등사권을 실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결론을 아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이에 본 글에서는 판례 법리상 인정되고 있는 민법상 '법인'의 구성원이 가진 열람등사권과 관련하여, 실제 사안에서 이를 행사하고자 하는 측에서 실무상 고려해야 할 사항들을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살펴볼 사항들은 아래와 같습니다.
1. 민법상 법인 구성원의 서류 열람등사권에 관한 판례 법리 정리
2. 실효적 이행 확보를 위한 '간접강제결정'의 필요성과 주의사항
3. 신청취지 예시
4. 정관에서 '열람'만을 규정하고 있는 경우 '등사'의 가능 여부
※ 참고로 일정한 단체 내에서 서류에 대한 열람등사권 행사가 문제된 경우 가장 먼저 검토되어야 할 것은 해당 단체의 법적 성격입니다. 그 단체가 상법상의 '회사'라면 앞서 본 상법 규정들이 적용될 것입니다. 민법 제703조의 '조합'이라면 민법 제710조의 '조합원의 업무, 재산상태검사권'에 기반한 열람등사 청구가 가능합니다.
그리고 개별법에 그 설립근거가 있는 단체의 경우 해당 개별법에 일정한 서류에 대한 열람등사권 규정이 있는지도 반드시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편, 단체의 명칭이 그 법적 성격과 일치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즉 명칭은 조합이지만 법적 성격은 '법인'인 경우도 있으니, 정확한 확인이 필요합니다. 끝으로, 교회, 종중, 각종 협의회 등 그 실질이 '비법인사단'인 단체의 경우 아래에서 설명 드리는 '법인'에 대한 열람등사권과 유사한 법리가 적용되고 있습니다. 특히 교회와 종중에 대해서는 상당한 판례들이 형성되어 있으니, 해당 판례들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1. 민법상 '법인' 구성원의 서류 열람등사권에 관한 판례 법리 정리
민법상 법인이나 권리능력 없는 사단과 같은 단체의 구성원이 단체에 대하여 열람등사를 구할 수 있는지에 대하여 법률상 명문의 규정은 없습니다.
그러나 법인과 그 대표자의 관계에 있어서는 통상 민법의 위임에 관한 규정이 준용되고, 민법 제683조는 '수임인은 위임인의 청구가 있는 때에는 위임사무의 처리상황을 보고'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단체의 구성원은 필요한 경우 단체 구성원의 당연한 권리로서 단체를 상대로 관련 서류 등의 열람·등사를 청구할 수 있다고 봄이 상당합니다(서울남부지방법원 2013. 8. 14.자 2013카합358 결정 등).
그런데 이러한 법인 구성원의 열람등사권은 상법에서 정한 일정비율 이상의 주식을 보유한 주식회사의 주주에게 부여되는 회계장부 등 서류의 열람등사청구권과 달리 지분 비율과 '관계없이' 단체의 구성원 누구에게나 인정될 수 있으므로, 그 권한의 남용을 방지할 필요성이 상법상 명문의 규정이 있는 주주의 열람등사청구권에 비해 큽니다(창원지방법원 2023. 4. 13. 선고 2022가합51225 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09. 8. 18. 선고 2009카합1662 판결 등).
따라서 그 권한의 남용을 방지하기 위하여 열람·등사 청구의 이유를 보다 구체적으로 기재하여야 하고, 열람등사 청구하는 회계장부 등 서류와 열람등사를 요구하는 이유와의 관련성을 구체적으로 제시할 것이 요구됩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09. 8. 18. 선고 2009카합1662 판결 등).
특히 창원지방법원 2022가합51225 판결은 아래와 같이 다소 엄격한 기준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사원의 열람·등사청구권을 인정하려면 ① 사원 다수의 신청 또는 동의 아래 사단법인의 회계처리 등에 불명료한 부분이 있어왔다고 볼만한 상당한 근거가 있고, ② 사단법인의 회계처리 등에 불명료한 부분을 제거할 정관 내에 명시된 시정수단이 존재하지 않는 등 유효적절한 수단이 없으며, ③ 그 목적이 회계처리 등의 정상화를 도모함에 있는 경우에 한하여, 단체 구성원의 권리로서 단체 또는 단체의 대표자를 상대로 관련 서류 등의 열람등사 청구권이 있다고 엄격하게 제한하여 해석할 필요가 있다."
"다만 이러한 제한 법리는 사단법인의 자치규범인 정관 등에 구성원의 회계장부 열람등사에 관한 규정이 ‘없는’ 경우에 적용되는 것으로 봄이 타당하고, 정관 등 사단법인의 자치규범에 회계장부에 대한 열람등사에 관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는 자치규범에 의하여 사원에게 어느 범위까지의 열람등사권이 있는지 판단하여야지, 이러한 경우에까지 사원의 회계장부 열람등사권을 위처럼 엄격하게 제한하여 해석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2. 실효적 이행 확보를 위한 '간접강제결정'의 필요성과 주의사항
가. 회계장부 등 서류 열람등사에 관한 강제집행 방법으로서 '간접강제결정'
회계장부 등 서류의 열람등사는 채무자(해당 단체) 본인의 협력이 필요한 '부대체적 작위채무'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법원의 결정이나 판결에도 불구하고 채무자가 열람등사에 협조하지 않는 경우 집행관을 통하여 이를 집행할 수가 없습니다. 즉 집행관이 채무자 사무실을 수색하여 대상 서류를 찾아 열람등사하는 방식의 강제집행이 허용되지 않습니다. 이러한 열람등사권과 같은 부대체적 작위채무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집행방법이 바로 민사집행법 제261조의 '간접강제'입니다.
간접강제는 채무자가 재판에 따른 의무를 스스로 이행하지 않을 때, 일정 기간 내에 이행하지 않으면 지연 기간에 따른 일정한 배상금을 내도록 명령하여 심리적으로 압박해 자발적 이행을 유도하는 집행방법입니다. 그 결정주문은 "채무자가 제1항 기재 명령을 이행하지 아니하는 경우, 채권자에게 각 위반행위 1일당 1,000,000원을 지급하라"라는 식으로 이뤄집니다.
나. '회계장부 등 서류 열람등사에 대한 재판'과 '간접강제결정'의 동시 성립 가능성
회계장부 등 서류 열람등사에 대한 재판과 위 간접강제 결정은 본래 별도의 재판입니다. 즉 통상 판결 또는 가처분결정 절차에서 먼저 집행권원이 성립한 후에, 채권자의 별도 신청에 의해 채무자에 대한 필요적 심문을 거쳐 민사집행법 제261조에 따라 간접강제결정을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열람등사를 요구하는 채권자(단체의 구성원) 측은 언제나 일단 가처분결정을 받은 후 채무자(단체)가 이를 따르지 않는 경우 비로소 간접강제결정을 신청할 수 있는가?
그렇지는 않습니다. 법원은 회계장부 등 서류 열람등사에 대한 가처분 결정 등 재판과 위 간접강제 결정이 하나의 재판에서 동시에 이뤄지는 것도 가능하다는 입장입니다.
특히 대법원 2013. 11. 28. 선고 2013다50367 판결은 이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판시하고 있는데, "부대체적 작위채무를 명하는 판결의 실효성 있는 집행을 보장하기 위하여 ① 판결절차의 변론종결 당시에 보아 집행권원이 성립하더라도 채무자가 그 채무를 임의로 이행할 가능성이 없음이 명백하고, ② 그 판결절차에서 채무자에게 간접강제결정의 당부에 관하여 충분히 변론할 기회가 부여되었으며, ③ 민사집행법 제261조에 의하여 명할 적정한 배상액을 산정할 수 있는 경우에는 그 판결절차에서도 민사집행법 제261조에 따라 채무자가 장차 그 채무를 불이행할 경우에 일정한 배상을 하도록 명하는 간접강제결정을 할 수 있다"고 합니다.
위 판시는 부대체적 작위채무를 명하는 '판결'에 관한 것이지만, '가처분결정'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즉 '가처분결정'과 '간접강제결정'이 동시에 이뤄질 수 있습니다(대법원 2008. 12. 24.자 2008마1608 결정 등 참고)
따라서 법인 등 단체를 상대로 회계장부 등 열람등사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하는 측에서는 가처분 신청 시 채무자가 그 가처분결정에 응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하여 간접강제결정도 함께 신청하는 것을 적극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경우 두 결정이 동시에 이뤄지기 위해서는 위 대법원 2013다50367 판결이 제시한 별도의 요건(위 문단의 ①, ②, ③) 역시 충족되어야 하므로, 신청인 측에서는 이 역시 염두에 두어야 할 것입니다.
한편, 지난 2026. 2. 26. 선고된 대법원 2025다218465 판결에서 재차 확인되었듯, 회계장부 등의 열람등사 허용을 명하는 가처분결정에서 허용 의무자인 채무자에게 의무 불이행에 따른 배상금의 지급을 명하는 '간접강제결정'을 하려면, 그 전제로서 '간접강제결정의 배상금 발생 기간 동안 채무자에게 회계장부 등의 열람등사 허용 의무가 있다'는 점이 가처분결정 주문으로 인정되어야 합니다.
따라서 아래와 같은 가처분결정과 간접강제결정이 동시에 이뤄진 경우 설사 채무자가 해당 기간동안 열람등사를 거부하였다고 하더라도 간접강제결정에 기초한 배상금 부과가 불가능합니다. 왜냐하면, 가처분결정 주문에 따르면 채무자의 열람등사 허용 의무는 60일이 지나면 소멸하는데, 이미 의무가 소멸한 상태에서 그 의무 이행을 확보하기 위한 간접강제금이 발생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잘못된 가처분 및 간접강제결정 동시 신청례]
1. 채무자는 채권자들 또는 그 대리인이 이 사건 결정을 송달받은 날의 3일 후부터 토요일 및 공휴일을 제외한 60일 동안 09:00부터 18:00까지 사이의 시간에 채무자의 본점, 지점, 사무실 또는 그 보관장소에서 별지 목록 기재 각 장부 및 서류를 열람 또는 등사(사진촬영 및 디지털저장장치에의 복사를 포함)하도록 허용하여야 한다. ← 가처분 주문
2. 채무자가 위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는 경우, 채무자는 각 채권자들에게 위 기간만료일 다음 날부터 의무이행시까지 1일당 각 50만 원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각각 지급하라. ← 간접강제 주문 (위 붉은색 표시 부분이 오류임)
다. 가처분 결정 후 간접강제결정 신청 시 주의사항 (간접강제 집행기간 '2주'와 그 기산일)
회계장부 등 열람등사 가처분 신청 시 간접강제를 함께 신청하지 않았거나 또는 함께 신청하였으나 간접강제 신청 부분은 기각되어 차후에 별도의 간접강제결정을 신청해야 하는 경우 다음의 사항을 주의해야 합니다.
가압류, 가처분에 대한 재판의 집행은 채권자에게 재판을 고지한 날부터 2주를 넘긴 때에는 하지 못합니다(민사집행법 제292조 제2항, 제301조).
따라서 법인 등 단체를 상대로 회계장부 등 서류 열람등사 가처분 결정을 받은 채권자가 간접강제의 방법으로 그 가처분결정에 대한 집행을 함에 있어서도 가압류에 관한 민사집행법 제292조 제2항의 규정이 준용되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가처분결정이 채권자에게 고지된 날부터 '2주' 이내에 간접강제를 신청하여야 함이 원칙이고, 그 집행기간이 지난 후의 간접강제 신청은 부적법하게 됩니다(대법원 2010. 12. 30. 자 2010마985 결정 참고).
다만 가처분에서 명하는 부대체적 작위의무가 일정 기간 계속되는 경우라면, 채무자가 성실하게 그 작위의무를 이행함으로써 강제집행을 신청할 필요 자체가 없는 동안에는 위 집행기간이 진행하지 않고, 채무자의 태도에 비추어 작위의무의 불이행으로 인하여 간접강제가 필요한 것으로 인정되는 때에 그 시점부터 위 2주의 집행기간이 기산됩니다(상동 결정).
채권자 측에서는 간접강제 신청과 관련하여 위 2주의 신청기간을 경과하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를 요합니다. 다만, 위 2주의 제한은 보전처분인 '가처분' 결정에 기초한 간접강제에 관한 것이고, 본안판결에 기초한 간접강제에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위 2주의 기간 외에 또 하나 주의해야 할 사항이 있습니다. 간접강제결정을 하는 시점에 가처분에 기한 채무자의 회계장부 등 열람등사 협조 의무가 계속되고 있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예컨대 가처분 결정에서 2026. 10. 1.부터 2026. 10. 15.까지 채무자의 열람등사 협조 의무를 규정하고 있는데, 채무자가 2026. 10. 10.부터 협조를 하지 않아 채권자가 2026. 10. 16.에 간접강제신청을 했다고 합시다. 이 경우 2026. 10. 10.로부터 아직 2주는 경과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그러나 가처분 결정에 기한 채무자의 열람등사 협조의무는 이미 위 2026. 10. 15.에 종료된 상태입니다. 따라서 더 이상 의무 자체가 없으므로 그 의무를 강제하기 위한 간접강제결정은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채권자 입장에서는 가처분 결정이 있으면 최대한 빨리 그에 기한 회계장부 등 열람등사를 진행하고, 채무자의 협조 불이행 시 즉각 간접강제결정을 신청할 필요가 있습니다.
3. 회계장부 등 열람등사 신청 취지 예시 (간접강제신청 포함)
다음과 같이 신청가능합니다. 아래는 예시이며, 구체적 사안에 따라 인용여부, 범위 등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가처분 및 간접강제결정 동시 신청례]
1. 피신청인은 이 사건 결정을 송달받은 날의 3일 후부터 토요일 및 공휴일을 제외한 30일 동안 09:00부터 18:00까지 사이의 시간에 피신청인의 본점, 지점, 사무실 또는 그 보관장소에서 신청인 또는 그 대리인에게 별지 목록 기재 장부 및 서류를 열람·등사(사진촬영 및 컴퓨터 파일의 형태로 보관하고 있는 경우에는 그 파일의 복사를 포함)하는 것을 허용하여야 한다.
2. 신청인은 제1항 기재 열람·등사를 함에 있어서 변호사, 공인회계사 기타 보조자를 동반할 수 있다.
3. 피신청인이 제1항 기재 명령에 위반하는 경우, 신청인에게 각 위반행위 1일당 2,000,000원을 지급하라.
4. 신청비용은 피신청인이 부담한다.
4. 정관에서 '열람'만을 규정하고 있는 경우 '등사'의 가능 여부
법인의 정관에서 구성원들이 가지는 서류 '열람권'만을 규정하고 있는 경우에, 그 문언에도 불구하고 열람한 서류의 '등사', 즉 복사도 가능한지가 문제될 수 있습니다. 예컨대 정관에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는 경우입니다.
['열람권'만 규정한 정관 예시]
제12조 (조합원의 권리) 조합원은 조합에 대하여 다음의 권리를 가진다.
4. 조합 서류 및 장부의 열람권
대상 서류를 '열람'만 할 수 있는 것과 열람한 서류를 '등사'하여 그 사본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은, 서류 내용의 충분한 분석, 다른 구성원에게의 공유 등 권리 행사의 실효성 측면에서 현저한 차이가 있습니다. 따라서 열람한 서류에 대한 등사가 가능한지 여부는 실제 분쟁 상황에서 매우 중요한 쟁점이 될 수 있습니다.
현재까지 해당 쟁점에 대해 직접적으로 다룬 대법원 판례는 없는 것으로 보이고, 하급심 판례들은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결론을 달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등사권'을 부정한 예로는 대구고등법원 2017. 7. 21. 선고 2016나1985 판결이 있습니다. 해당 판결에서 대구고등법원은 '열람'과 '등사'의 의미가 다르고, 등사의 경우 정보의 외부유출 우려 등 그 실질적인 영향력 면에서도 열람과 차이가 있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들며 정관에 열람권만이 규정되어 있는 경우 그 문언에 충실하게 열람만이 허용되고 등사는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그러나 이와 달리 창원지방법원 2023. 4. 13. 선고 2022가합51225 판결의 경우 '열람권'만을 인정한 정관 문언에도 불구하고 '등사권' 역시 인정하였습니다. 근거로는 회계업무와 관련된 장부나 서류의 통상적인 규모 등에 비추어볼 때, 열람청구권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등사'도 함께 허용되어야 한다는 점 등을 들고 있습니다.
다만, 두 판결은 사안의 구체적 내용에 차이가 있었으므로, 두 판결이 법리적으로 배치된 판단을 하였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결국 구체적 사안에서 위 쟁점에 대한 판단은 열람권을 인정한 정관의 문언과 그 대상서류의 범위, 정관의 다른 규정, 단체의 성격과 구체적인 활동내용, 열람권 행사와 관련한 해당 단체의 기존 실무, 열람권 규정의 개정 연혁, 열람등사의 대상서류와 그 목적, '등사'까지 인정할 실질적 필요성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이뤄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론 그 판단에 위 각 사정이 동등하게 고려될 것은 아닙니다. 특히 '열람권 규정의 개정 연혁' 관련하여, 과거 정관에는 '등사권'도 규정되어 있었으나 개정을 통하여 현행 정관에서는 이를 삭제하고 '열람권'만을 둔 사정이 존재하는 경우, 이는 등사권을 배제하고자 하는 구성원들의 단체적 의사가 정관 개정을 통하여 명확히 표시된 것으로 보아야 하므로, 다른 사정에 우선하여 고려되어야 할 것입니다. 즉 등사권은 인정되지 않는다고 봄이 사적자치의 원칙에 부합합니다.
본 글에는 필자의 견해가 포함되어 있으며, 유관기관이나 법원의 판단을 보장하지 않습니다. 개별 사안의 구체적 사실관계에 따라 법리의 적용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작성자: 박시완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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