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쟁ㅣ소송

국민권익위원회 고충민원을 통한 위법한 조례 개정 사례

박시완 변호사 2026. 10. 19. 18:36

 

1. 들어가며

변호사로서 수행하는 여러 업무 중 하나로 고객(주로 사업자, 이익단체)의 요청을 받아 받아 국가기관, 지방자체단체 등 공공기관에 제출할 '민원' 관련 의견서를 작성해주는 업무가 있습니다. 

 

이러한 공공기관에 대한 민원은 통상적으로 '관할청'에 대한 민원을 거쳐 '감독기관(상급기관)'에 대한 민원으로 나아갑니다. 그런데 이러한 '관할청'과 '감독기관(상급기관)'에 대한 민원 외에 또 하나의 민원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민권익위원회'에 신청하는 '고충민원'입니다.

 

'고충민원'이란 "행정기관 등의 위법·부당하거나 소극적인 처분(사실행위 및 부작위를 포함) 및 불합리한 행정제도로 인하여 국민의 권리를 침해하거나 국민에게 불편 또는 부담을 주는 사항에 관한 민원(현역장병 및 군 관련 의무복무자의 고충민원을 포함)"을 말합니다(법 제2조 제5호).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을 포함하여 누구든지 권익위원회에 '고충민원'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법 제39조).

 

본 글에서는 필자의 법률자문에 기초하여 '자동차대여사업자 단체'가 국민권익위원회에 제기한 'A시 조례'에 대한 고충민원이 인용되어 '조례 개정' 권고가 이뤄진 사례를 소개 드리고자 합니다.

 

국민권익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A시는 해당 조례를 개정하였습니다.  



2. 고충민원의 배경

주차장법에 따라 공영주차장을 관리하는 지방자치단체는 '주차요금'을 받을 수 있고, 주차장법은 이와 관련한  요율 및 징수방법 등을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정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자동차대여사업자(이하 '렌터카사업자')로부터 자동차를 대여(임차)한 임차인이 공영주차장에 주차를 하고도 현장에서 주차요금을 납부하지 않고 가는 경우가 종종 있어, 사후적으로 주차요금 등을 누구에게 어떻게 부과할 것인지가 문제되었습니다.

 

주차장법 제9조 제1항은 '주차요금'의 부과 대상자를 "주차장에 자동차를 주차하는 사람"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주차장법 제9조 제3항은 정당한 사유 없이 주차요금을 내지 아니하고 주차하는 경우 등에 부과하는 '가산금'의 부과 대상자를 "자동차의 운전자 또는 관리책임이 있는 자"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통상 지자체들은 공영주차장에 주차한 자동차가 주차 당시 대여 중이었다는 사실과 대여한 임차인의 정보가 확인되면 '렌터카사업자'가 아닌 해당 '임차인'에게 주차요금(경우에 따라 주차장법 제9조 제3항의 '가산금' 포함)을 부과해 왔습니다.

 

그런데 공영주차장에 관한 A시의 조례는 공영주차장 사용에 따른 주차요금(및 가산금) 부과대상자를 "자동차등록원부에 등록된 소유자"로 규정하고 있었습니다.

 

해당 조례에 의하면 임차인이 렌터카를 자신의 필요에 따라 공영주차장에 주차한 경우에도, 주차요금(및 가산금)을 납부해야 하는 자는 주차행위를 한 '임차인'이 아니라 자동차등록원부에 렌터카의 소유자로 등록된 '렌터카사업자'가 됩니다.

 

그리고 실제로 A시는 해당 조례에 따라 렌터카사업자에게 주차요금(및 가산금)을 부과하였습니다.

 

이에 렌터카사업자들은 반발하였고, 필자의 법률자문을 통해 국민권익위원회에 A시 조례의 개정을 요청하는 고충민원을 제기하였습니다. 



3. A시 주차장 조례의 문제점

아래 내용은 필자가 A시 주차장 조례와 관련하여 렌터카사업자 단체의 요청을 받아 작성한 의견서 내용의 '일부'를 블로그 형식에 맞게 수정·편집한 것입니다. 고충민원 신청 당시의 법률을 기준으로 작성한 글이므로 현행법과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가. 조례 제정의 한계

한법 제37조 제2항, 지방자치법 제28조 제2항, 행정규제기본법 제4조 제3항에 의하면 지방자치단체가 주민의 권리 제한 또는 의무 부담에 관한 사항을 '조례'로 제정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법률의 위임이 있어야 합니다. 법률의 위임없이 주민의 권리를 제한하거나 의무를 부과하는 사항을 정한 조례는 효력이 없습니다.   

A시 조례 제6조는 공영주차장에 대한 주차요금과 가산금의 부과기준, 징수방법, 부과대상, 납부기한 등에 대하여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국민(주민)에게 일정한 의무를 부과하는 사항에 해당합니다. 따라서 A시 조례 제6조의 효력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그 내용이 상위 법률인 주차장법에서 정한 위임의 한계를 준수하고 있어야 합니다. 

​     나. 구체적 검토

주차장법 제9조 제2항은 “제1항에 따른 주차요금의 요율 및 징수방법 등은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선 지방자치단체가 주차장법 제9조 제2항에 따라 조례로 정할 수 있는 사항은 “제1항에 따른 주차요금의 요율 및 징수방법 등”입니다. 

 

여기서 “제1항에 따른 주차요금”이란 제9조 제1항의 “주차장에 자동차를 주차하는 사람으로부터” 받는 “주차요금”을 말합니다. 즉 ‘의무 부과의 대상’(주차장에 자동차를 주차하는 사람)과 ‘부과하는 의무’(주차요금 납부)는 주차장법 제9조 제1항이 직접 규정하고 있습니다.

 

제9조 제2항은 이를 전제로 그 세부내용 또는 집행에 관한 사항인 “요율 및 징수방법 등”을 조례에서 정하도록 위임하고 있다고 해석됩니다. “요율”이 ‘요금의 정도나 비율’을, “징수방법”이 ‘일정한 금전납부의무 발생을 전제로 이를 집행하는 방법’을 의미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한편, “요율 및 징수방법 등”에서 “등”은 “요율” 또는 “징수방법”에 준하는 성질의 사항, 즉 상위법에서 정한 ‘일정한 대상에 대한 일정한 의무 발생’을 전제로 그 의무의 세부적인 내용 또는 집행과 관련한 사항으로 봄이 타당합니다.

 

정리하면, 주차장법 제9조 제2항이 주차요금과 관련하여 조례에 그 구체적 내용의 제정을 위임한 것은 “요율 및 징수방법” 또는 그에 준하는 세부적·집행적 사항이지, 그에 전제되는 ‘부과(의무발생)요건’ 또는 ‘부과대상’(의무를 부담하는 자)은 아니라고 판단됩니다.

 

결국 주차요금의 부과대상은 주차장법 제9조 제1항이 규정하는 “주차장에 자동차를 주차하는 사람”이며, 조례가 이와 달리 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다음으로, 주차장법 제9조 제3항이 '제8조의2 제1항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 그 구체적 내용을 조례로 정할 수 있도록 한 사항'(위임범위)에도 ‘부과대상’은 제외됩니다.

 

주차장법 제9조 제3항은 "노상주차장관리자는 제8조의2 제1항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 해당 자동차의 운전자 또는 관리책임이 있는 자로부터 제1항에 따른 주차요금 외에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정하는 바에 따라 그 주차요금의 4배 이내의 금액에 해당하는 가산금을 받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주차장법 제9조 제3항에 따라 지방자치단체가 조례로 정할 수 있는 사항은 주차요금의 4배 이내의 금액 범위에서 정해지는 ‘가산금 액수’이지 ‘부과대상’이 아닙니다. 따라서 조례에서 가산금 '부과대상'을 주차장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자동차의 운전자” 또는 “관리책임이 있는 자”가 아닌 ‘다른 자’로 정할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A시의 주차장 조례 제6조는 주차장법에서 위임하지 않은 주차요금과 가산금의 ‘부과대상’을 주차장법과 달리 “주차요금 부과일에 해당 차량에 대한 자동차관리법 제5조에 따른 자동차등록원부에 등록된 소유자”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A시 주차장 조례 제6조는 주차장법에서 위임하지 않은 주차요금과 가산금의 ‘부과대상’을 주차장법과 달리 규정하고 있는바, 그 자체로 이미 상위 법률인 주차장법에 반하여 효력이 인정될 수 없다고 판단됩니다. 



4. 국민권익위원회의 조례 개정 권고와 A시 주자창 조례의 개정

국민권익위원회는 렌타카사업자들의 고충민원을 수용하여 아래와 같이 A시에 주차장 조례의 개정을 권고하였습니다. 그리고 약 5개월 뒤 A시는 국민권익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주차장 조례를 개정하였습니다. 


본 글에는 필자의 견해가 포함되어 있으며, 유관기관이나 법원의 판단을 보장하지 않습니다. 개별 사안의 구체적 사실관계에 따라 법리의 적용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작성자: 박시완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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