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며
사채권자집회는 사채권자의 이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항에 관하여 사채권자가 집단적인 의사를 결정하기 위한 임시적 회의체로서, 상법은 제490조부터 제512조까지 관련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필자가 본 블로그에 게시한《사채권자집회 소집공고 후 의안 내용을 변경한 결의의 적법성》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다뤘듯, 사채권자집회는 과거에는 잘 활용되지 않 제도였으나, 회사채 발행에 의한 타인자본 조달이 주식회사의 자금조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늘어나면서 최근에는 그 활용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상법은 이러한 사채권자집회가 사채 '종류'별로 소집·운영됨을 전제로 관련 사항을 규정하고 있습니다(상법 제491조 제2항, 제492조 제1항, 제498조, 제500조, 제509조 등). 예컨대 다음과 같습니다.
제491조(소집권자)
② 사채의 종류별로 해당 종류의 사채 총액(상환받은 액은 제외한다)의 10분의 1 이상에 해당하는 사채를 가진 사채권자는 회의 목적인 사항과 소집 이유를 적은 서면 또는 전자문서를 사채를 발행한 회사 또는 사채관리회사에 제출하여 사채권자집회의 소집을 청구할 수 있다.
제498조(결의의 효력)
② 사채권자집회의 결의는 그 종류의 사채를 가진 모든 사채권자에게 그 효력이 있다.
제509조(수종의 사채있는 경우의 사채권자집회)
수종의 사채를 발행한 경우에는 사채권자집회는 각종의 사채에 관하여 이를 소집하여야 한다.
위와 같이 사채의 '종류'를 기준으로 사채권자집회를 소집 및 운영하도록 한 상법의 취지는 이해관계가 동일한 사채권자의 집단을 하나의 의사결정주체로 정하여 사채권자의 의사를 합리적으로 결정하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그런데 정작 상법은 사채의 '종류'에 대한 의의나 동일 종류 사채의 판단기준에 관해서는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습니다. 이에 그 해석이 문제됩니다.
2. 사채 '종류'에 관한 해석론과 실무
우선 생각해 볼 수 있는 해석론은 '전환사채', '신주인수권부사채', '일반사채', '기명사채', '무기명사채', '담보부사채', '무담보사채' 등 사채의 법적 유형을 기준으로 사채 종류를 구분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같은 무보증 전환사채라고 해도 만기, 이율, 전환가격, 전환기간 등 그 '발행조건'이 다르면 이해관계가 동일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지 법적 유형이 동일하다는 이유로 그 발행조건이 다른 각 사채를 하나의 사채권자집회를 통하여 규율한다면, 이는 사채권자의 집단적 이익 보호와 이해관계 조정이라는 사채권자집회 제도의 취지에 반합니다.
예를 들어 1회차 전환사채의 만기가 2027년이고 2회차 전환사채의 만기가 2029년이라면, 만기 연장이나 이자 감면에 관한 두 회차 사채권자들의 이해관계가 동일하다고 볼 수 없습니다. 그런데도 1회차와 2회차의 각 전환사채를 동일한 종류로 보아 하나의 사채권자집회에서 의결하게 된다면, 1회차 사채권자의 권리가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2회차 사채권자의 의결권 행사에 따라 변경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실무상으로는 '법적 유형'의 차이뿐 아니라 이자율, 만기 등 '발행조건'을 기준요소로 하여 각 요소가 모두 일치하는 경우에 같은 '종류'의 사채로 보는 기준을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해당 기준에 따르면, 예컨대 A회사가 1회차 전환사채 100억 원, 2회차 전환사채 50억 원을 발행하였고 두 회차의 발행조건이 다르다면, 1회차와 2회차의 각 전환사채에 대해서는 각각 별도의 독립된 사채권자집회를 소집·운영하여야 합니다.
실제로 최근 사례를 보면, 중앙일보 주식회사는 2026년 11월 개최 예정인 사채권자집회 소집공고에서 제43-2회, 제46회, 제47회, 제51회 등 네 회차의 무보증사채에 대하여 각각 별도의 집회를 개최하고 결의도 회차별로 진행한다고 공고하였습니다.

한편, 금융투자협회의 '표준무보증사채 사채관리계약서' 제5-3조 제2항은 다음과 같이 규정합니다.
"본사채의 사채권자집회는 본계약에 의해 발행된 사채의 사채권자로 구성하며, 각 사채권자는 그가 가지는 사채 금액의 합계액(상환받은 액은 제외한다.)에 따라 의결권을 가진다"
사채관리계약이 개별 발행회차를 특정하여 작성된다는 점과 통상 발행 회차가 다르면 만기 등 발행조건도 차이가 난다는 점에서, 위 표준 사채관리계약서의 조항 역시 발행조건이 다른 회차별로 별도의 사채권자집회를 구성하는 실무를 뒷받침합니다.
결론적으로, 본 쟁점에 관해 다룬 판례는 아직 없는 것으로 보이나, 실무의 일반적인 경향은 '발행조건이 다른 별개 회차의 사채는, 설사 그 법적 유형이 동일하더라도, 별개의 종류로 보아 각각 사채권자집회를 소집·운영하는 것'으로 파악되며, 필자 역시 이러한 기준이 제도의 취지에 보다 부합한다고 사료됩니다.
본 글에는 필자의 견해가 포함되어 있으며, 유관기관이나 법원의 판단을 보장하지 않습니다. 개별 사안의 구체적 사실관계에 따라 법리의 적용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작성자: 박시완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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