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며
고객사 중에 의료기기의 해외 수출을 주된 영업으로 하는 회사(이하 'A사')가 있습니다.
A사는 저희 사무실에 '의료기기 제조업체인 B사가 A사에 특정 의료기기를 공급하고 일정 범위의 해외 지역에서의 독점판매권을 부여하면 A사가 자신의 영업력을 바탕으로 현지 바이어들에게 해당 제품을 판매하는 내용'의 계약서 작성 및 검토를 의뢰하였습니다.
통상 이와 같이 당사자 사이에서 특정제품에 대한 '계속적 공급'과 (일정 범위 내에서의) '독점적 판매권'을 약정하는 계약을 실무상 '총판계약' 또는 '독점판매계약'이라 부릅니다.
인터넷에 '총판계약' 또는 '독점판매계약'을 검색하면 계약서 샘플(양식)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A사 역시 과거에는 인터넷에서 다운받은 샘플 계약서를 활용하였는데, 판매자 입장에서 내용이 보완된 총판계약서의 필요성을 느끼고 필자에게 계약서 작성 및 검토를 요청하였습니다.
본 포스트에서는 A사가 체결한 것과 같은 '총판계약' 또는 '독점판매계약'을 체결할 때, 독점판매권을 부여받고자 하는 업체 입장에서 주의해야 할 3가지 사항에 대해 안내 드리고자 합니다.
3가지 모두 인터넷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샘플계약서에서는 대부분 간과되고 있는 사항입니다.
2. 문제의 소재
총판계약에서 '판매권을 부여받는 업체'(이하 '판매업체')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사항 중 하나는 당연히 판매에 관한 독점적인 권리(이하 '독점판매권'이라 함)입니다.
그런데 독점판매권이 부여된 해외 현지의 제품 판매가 증가할수록 제조업체 입장에서는 중간에 있는 판매업체를 배제하고 자신이 직접 현지 바이어와 거래하고자 하는 생각이 강해집니다.
예컨대 A사가 태국 현지에 이미 영업망을 구축하고 있거나 바이어를 개척할 능력이 있다고 가정하면, 그러한 영업망이나 능력이 없는 제조업체 B사 입장에서는 A사가 중간 마진을 취하는 것을 감수하고서라도 A사를 통해 태국에 B사 제품을 판매하고자 할 것입니다.
그런데 A사의 영업활동을 통해 1년 뒤 태국 시장에서 B사 제품의 인지도와 수요가 증가하여, 이제는 굳이 A사의 영업활동이 없어도 B사 제품이 잘 팔린다면 B사는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요?
당연히 A사를 배제하고 자신이 직접 태국에 제품을 판매하여 A사가 누리는 마진 부분도 자신이 누리고 싶다는 생각을 할 것입니다. 제조사의 이러한 생각은 A사의 독점판매권을 침해하거나 종료시키는 선택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아래에서 말씀드리는 3가지 사항은 모두 이러한 독점판매권 침해 또는 종료로부터 판매업체를 보호하는 것과 관련된 사항들입니다.
3. 고려할 보호조치
가. '제품의 특정' 관련
총판계약서에는 통상적으로 계약서 조항 또는 별지에 계약 대상인 '제품'을 구체적으로 특정(품명·사양·품질기준·기타 명세 등)하는 내용이 들어가게 됩니다. 특히 제품이 누구나 쉽게 생산할 수 있는 제품이 아닌 경우 더욱 그렇습니다.
총판계약서에서 대상 제품을 구체적으로 특정하는 내용은 당연히 필요합니다. 그런데 계약서에서 제품 특정에 관한 기재가 구체적이고 상세할수록 '독점판매권의 대상 범위'가 협소해지는 측면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는 다음과 같은 문제를 발생시킵니다.
예컨대 위 A사와 B사 사례에서 그 독점판매권의 대상이 되는 제품의 품명, 사양 등을 총판계약서에 매우 구체적으로 기재하여 특정하여 두었다고 합시다.
그런데 제조업체인 B사가 A사와 체결된 총판계약서상의 제품과 품명, 사양 등에 일부 차이가 있지만 그 실질적인 기능이나 효용이 대상 제품과 유사하여 수요자 입장에서 '대체가능한' 제품을 태국에서 직접 판매하면 어떻게 될까?
이 경우 B사가 총판계약을 위반하여 A사의 독점판매권을 침해한 것으로 평가될까?
계약서에 다른 기재가 없다면 이는 다툼의 여지가 상당해 보이고, B사에게는 그 여지를 파고들어 이익을 누리고 싶은 유인이 충분히 존재합니다.
따라서 A사 입장에서는 총판계약 체결 시 이러한 점을 염두에 두고 이를 해결할 법적 장치를 계약서에 삽입할 필요가 있습니다.
나. '손해배상'과 '독점판매권 침해 행위자의 범위' 관련
인터넷에서 검색가능한 샘플계약서에도 독점판매권 침해 등 제조업체의 채무불이행에 대한 손해배상책임 조항이 있기는 합니다.
이론적으로 독점판매권 침해에 따른 손해액은 '침해행위가 없었을 경우 판매업체가 얻었을 이익액'이 될 것이나, 이를 입증하는 것은 상당한 어려움이 있습니다.
따라서 가능한 손해배상책임 조항과 별도로 '위약벌' 조항을 둘 필요가 있습니다.
독점판매권 침해 방지 및 제재와 관련해서 또 한 가지 고려해야 할 사항은 '침해 행위자의 범위'에 관한 것입니다.
샘플 총판계약서에도 제조업체가 직접적인 방식이 아닌 '간접적인 방식'으로 독점판매권을 침해하는 경우도 금지하는 조항을 두고 있기는 하나, 다소 불분명한 측면이 있습니다.
따라서 이를 보다 분명히 하기 위하여, 일정한 기준을 설정하여 그 '기준을 충족하는 자'에 의하여 독점판매권이 침해된 경우 '제조업체에 의한 독점판매권 침해'로 간주하는 조항을 둘 필요가 있습니다.
다. 총판계약 종료 시 '보상청구권' 관련
상법 제92조의2 제1항은 '대리상의 보상청구권'이라는 제목 하에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습니다.
"대리상의 활동으로 본인이 새로운 고객을 획득하거나 영업상 거래가 현저하게 증가하고 이로 인하여 계약의 종료후에도 본인이 이익을 얻고 있는 경우에는 대리상은 본인에 대하여 상당한 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 다만, 계약의 종료가 대리상의 책임있는 사유로 인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본건 사례의 총판계약에서 판매업체인 A사가 '대리상'(일정한 상인을 위하여 상업사용인이 아니면서 상시 그 영업부류에 속하는 거래의 대리 또는 중개를 영업으로 하는 자)은 아니므로 위 상법 조항이 적용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B사를 대신하여 해외 판로를 개척하여 제품 판매를 증진시킨 총판계약의 판매업체인 A사 입장에서는, 총판계약이 연장되지 않고 종료될 경우, 위 상법 제92조의2가 규정하고 있는 대리상의 “보상청구권” 과 유사한 권리가 인정될 필요성이 있습니다.
물론 현재의 실무상 총판계약서에 위와 같은 계약 종료에 따른 '보상청구권' 조항을 두는 경우는 흔하지 않은 같습니다.
그러나 만약 판매업체가 해외 현지의 영업망 등에 기초하여 제조업체와 어느 정도 대등하게 총판계약 내용을 협상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면, 위 보상청구권을 계약내용으로 삽입하는 것을 요구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설사 제조업체가 결국 받아들이지 않더라도, 판매업체로서는 이를 '계약기간' 등 다른 계약 내용의 협상 카드로 활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본 글에는 필자의 견해가 포함되어 있으며, 유관기관이나 법원의 판단을 보장하지 않습니다. 개별 사안의 구체적 사실관계에 따라 법리의 적용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작성자: 박시완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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